[여기 이 사람들] 장애도 서러운데 신용불량자 신세까지
[여기 이 사람들] 장애도 서러운데 신용불량자 신세까지
  • 배현아 기자
  • 승인 2006.05.22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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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 2급 조택환 씨

-뇌병변장애 2급 조택환(29세) 씨

일자리를 잃은 지 한 달. 조택환 씨는 뇌병변장애 2급이다. 몸의 왼쪽을 움직일 수는 있어도 힘이 없어 제대로 걷거나 움직이지 못한다. 아내 가족들의 허락을 받지 못해 아직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1년째 같이 사는 아내 역시 뇌병변장애 6급에 정신지체장애 3급이다. 이날 인터뷰를 위해 오랜만에 양복을 입고 왔다는 조 씨. 비 내리던 오후 서울역 어느 음식점에서 조 씨가 요즘 어떻게 살고, 또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군 제대 후 교통사고 당해”
6~7년 전이었다. 군 제대 후 고향인 경남 김해에서 서울로 올라온 조 씨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 친구가 과속으로 운전하는 차에 함께 탔던 조 씨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고 사시가 되었다. 이후 부산에서 인테리어 관련 일을 했지만 무거운 원단을 나르는 일과 잔심부름뿐이었고, 결국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한 달 생활금 78만 원. 쌀 없을 땐 물”
한 달 생활금은 둘이 합쳐 78만 원이다. 장애인이어도 생활보호대상자여야 받을 수 있는 장애인보조금 8만 원과 생활보조금 70만 원이 전부이다. 두 달에 한 번 정부미 20kg도 받는다. 그러나 월세 4~50만 원에 수도세, 전기세 등을 내고나면 한 달을 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집 임대료 3백만 원이 전 재산이다. 돈이 모자랄 때는 막노동이라도 한다. 그리고 집에서 손님이 밥이라도 먹으면 쌀이 모자라 조 씨 부부는 라면을 먹거나 물을 먹어야 한다. 조 씨는 “쌀은 먹다가 모자랄 수도 있으니 돈을 더 주고 다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장애인에게는 어려운 근로 조건”
장애인을 고용하려는 회사는 많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낮은 수당에 당연히 양손을 써야 하고 타자는 200타가 넘어야 하며, 기계를 조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당연히 조 씨처럼 몸 한쪽이 마비된 편마인들에게는 취업이 고민되고 망설여지는 것일 수밖에 없다. 장애인에게 적합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장애인이 정규직이어도 월급 수준은 80만 원 선이다. 정부나 회사에서 장애인들로 하여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 가입을 권유하나 이것은 장애인을 진정으로 위한 것이 아닌 회사에만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장애만 없었다면 반대했을까”
그동안 조 씨의 직장은 대부분 장애인 복지가 잘 된 곳이었다. 모두 같은 장애인이기 때문에 무시나 차별 없이 일도 열심히 하고 시간개념도 확실하다. 그래도 조 씨는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비장애인이 많이 다니는 직장에 취업하려고 했다. 그러나 전화로 근로 내용이며 혜택을 물어볼 때마다 그냥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장애인은 받지 않겠다는 식이란다. 조 씨는 “장애인이라는 게……. 장애만 없었다면 일반 회사도 그렇지만 아내의 가족들이 혼인을 반대했을까”며 고개를 떨군다.

“한번 묻고 싶다”
조 씨가 부산에 있을 때 고등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기에 용기내서 갔더니 “병신 같은 새끼가 뭐하는 짓이야”라는 말을 들었단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혜택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 씨의 친구들은 장애인 휴대폰 할인과 요금 대출을 이용하고 5백만 원까지 빌려갔는데 이후 연락이 없다. 그래서 조 씨는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5~6백만 원의 빚을 아직도 갚고 있다. 조 씨가 아는 사람만 해도 이런 일을 많이 겪는단다. 또 뇌병변장애로 기억력이 좋지 않아 장애인 자격증을 어디에 뒀는지조차 기억이 안 날 때가 많다. 이런 장애를 왜 겪게 되고 어떤 장애인지 비장애인들이 생각만 해줘도 좋을 것 같다는 조 씨. “한번 물어보고 싶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나쁜 것인가?”

오는 20일은 제26회 장애인의 날이다. 그동안 장애인 복지 환경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 수준이 진정으로 높아졌는지, 장애인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얼마나 깊어졌는지 의문이 든다. “장애인도 아니면서 장애인증을 만들어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양심대로 살라!”고 조 씨는 말한다. 이어 “나는 그나마 멀쩡한 모습이지만, 비장애인과 너무 다른 외모를 지니고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시선이 더 힘들다”며 “장애인을 인간으로 봐 달라”고 말을 맺는다. 인간이 인간에게 인간으로 봐 달라는 당부에 흩내리는 빗줄기가 빗발치는 외침으로 보이는 것은 왜인지. 조 씨 부부의 뒷모습을 보며 그 외침을 꼭꼭 다짐하고 또 새긴다.

배현아 기자
pearcci6@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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