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테마 이슈] 견고한 모순구조의 벽을 부셔라!
[작은 테마 이슈] 견고한 모순구조의 벽을 부셔라!
  • 배현아 기자
  • 승인 2006.05.22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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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지난 4월 10일, 프랑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성명을 낸다. “기회균등법 제8조 최초고용계약(CPE) 조항을 ‘곤경에 처한 젊은이들의 취업에 유리하게’ 대체하기로 했다.” 두 달 반여 동안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난 학생과 노동자들의 CPE 반대시위가 우파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시장유연화정책을 일시 후퇴시킨 것이다. CPE는 26세 미만의 청년들을 고용할 경우 2년 안에 특별한 사유 없이 해고가 자유롭도록 규정한 법안이다. 이것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한국의 비정규직법안과 ‘기간제(계약제)는 사용 사유 제한이 없어 모든 업종에서 전면 자유화되고 2년 이내에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면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기간제는 연령 제한이 없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찌되었든 CPE 철회는 끝까지 적극적으로 싸운 프랑스 노학의 투쟁 산물이자 경제의 세계화가 이제는 호락호락하게 각국에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언론 보도 행태
대학이 지닌 모순이 산업사회의 구조 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프랑스 68혁명 이후 최대 규모라는 이번 프랑스 시위에 대해 많은 언론들은 ‘프랑스병’이라며 경계했다. 조선일보 등 국내 보수언론들은 프랑스 정부가 노동시장유연화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처럼 한국도 비정규직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금 학생들은 특권을 즐기기 위해 현상 유지를 원한다’며, 높은 실업률과 이에 따른 사회적 불만, 고용 불안정 조치, 10여 년 동안 지속되는 신자유주의 정책 등으로 일어난 프랑스 시위를 왜곡했다. 또한 미국의 대다수 대중매체들은, 일부 폭력시위가 별다른 영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양상만을 과장했다. 뿐만 아니라 CPE가 가난한 이민노동자들에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법안인 것처럼 포장하고, 프랑스 경제가 신자유주의적으로 선진화하는 데 실패했다고까지 보도했다. 이는 프랑스 시위의 의미를 축소시킨 채 그 불길을 잠식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대학생 시위의 현주소
그렇다면 한국의 대학이 대학생 시위를, 대학생이 학내 정당활동과 노동계 시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 지난 4월 19일 보직교수 9명을 감금한 이유로 고려대학생 7명에 대해 출교 조치가 내려졌다. 출교는 학생 관련 기록을 전부 지우고 재입학마저 원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조치로써 학생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사태는 지난달 5일 일부 고려대학생이 병설 보건대생의 총학생회 투표권을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다 발생했다. 반면, 학생들이 학내 정당활동과 노조파업에 반기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전북대에서는 유례없이 지난달 6일 전학대회에서 ‘특정 정당의 집권을 목적으로 학내에서 활동하는 민주노동당학생위원회(민노학위) 공간을 돌려달라’, ‘민노학위 선전활동과 정당활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해달라’는 발의안을 통과시켰다. 즉, 학내 정당활동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19일 민노학위와 총학은 한차례 충돌했다. 또한 한국외대에서는 지난달 11일 노조 조합원의 총장 선출권을 두고 파업 중인 노조와 도서관 등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자 학습권을 주장하는 총학생회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 총학생회가 노조의 대자보를 뜯어내고 말다툼과 몸싸움이 오고 갔다.

출교에서부터 학내 정당활동 금지에 노조파업 탄압까지, 현재는 한국의 대학가 시위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혼재하는 과도기로 보인다. 이처럼 여러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넓게 보았을 때 긍정적일 수 있지만, 그것이 비방과 충돌로 표출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 이런 혼재의 시기에 한국이 프랑스 시위를 통해 배워야 할 점에 대해 우리대학 오숙영(사회학) 교수는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나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 학생운동은 실패한다고 본다. 한국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인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지 정치적인 이슈에는 무관심해진 것이다”며 “프랑스 시위에서 보듯 프랑스 학생들이 문제 삼은 이슈가 일반인이나 여론에서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 과정상의 무력 충돌이 있었어도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즉 프랑스 시위처럼 여론의 지지를 얻은 이슈를 바탕으로 벌인 시위는 더 설득력이 있고, 그러나 이보다도 한국 대학생들에게는 정치적 관심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지난 1986년 4월 28일 서울대생 김세진과 이재호는 ‘반전반핵 양키고홈’, ‘미제의 용병교육 전방 입소 반대’를 외치며 분신한다. 꼭 20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요즘 대학가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 큰듯하다. 김세진과 이재호가 그랬듯, 그리고 프랑스 대학생들이 그랬듯 이 나라 모순구조의 적취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단 있게 요구할 수는 없는가. 분신과 시위가 해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대한민국의 과거를 성찰하고 대한민국의 내일을 걱정하는 대학생이 그리울 뿐이다.

배현아 기자
pearcci6@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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