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안한 사람, 조사하면 다 나와!
투표 안한 사람, 조사하면 다 나와!
  • 김지향 기자
  • 승인 2006.06.07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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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 동네 어귀에 있던 ‘덤블링’을 10분에 5백원 정도에 타고 놀던 기억이 난다. 서울에서만 줄곧 자라온 터에 대학에 와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트램플린이라는 정식명칭의 이 놀이 기구는 ‘방방’ 혹은 ‘퐁퐁’ 등으로 지역마다 다양하게 불려오고 있다. 그 명칭이야 어찌됐든, 초등학교 아니 그 당시 국민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하교길에 덤블링 10분과 설탕에 소다를 녹여 만든 ‘뽑기’는 떨치기 힘든 강력한 유혹이었다. 6학년이 되던 어느 날, 필자는 그 당시 또래보다 다소 큰 키 때문에 주인 아저씨로부터 ‘이제 너무 커서 더 이상 태워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때의 심정은 그야말로 ‘안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섭섭한 마음 한구석에 드는 ‘이제 정말 어른이 된 것만 같은’ 왠지 모를 뿌듯함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몇 해전 지나치게 욕설이 많이 섞여 ‘18세 미만 구매불가’ 스티커가 붙은 채 판매되던 가수 DJ DOC의 앨범을 당당히 계산했을 때,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영화도 자유롭게 볼 수 있었을 때, 그리고 더 이상 술집에서 소위 ‘민증 검사’를 요구하지 않기 시작한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차츰차츰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른이 되면서 이렇듯 우리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부쩍 많아지고, 또 그것에 희열을 느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해야 하는 일’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것을 교과서에서는 민주 국가에서의 ‘권리’와 ‘의무’라고 지칭하곤 한다. 선거, 이것은 참정권을 획득한 ‘어른’으로써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며, 이토록 간단한 두 글자 짜리 단어가 이야기하고 싶어 먼 길을 빙 돌아왔다.  

 이번 5.31 선거에 즈음하여 학우들의 부재자 투표 신청이 턱없이 부족해 우리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마련에 실패했다는 소식과 일반 부재자 투표율이 90.8%에 달한 데 비해 대학생 부재자 투표율은 42.2%에 그쳤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가 마냥 씁쓸하게 들린다. 특히나 올해는 기존 만 20세 이상이었던 선거권 연령이 19세로 낮아지면서 61만 여명의 젊은 유권자가 추가된 첫 전국단위 선거였음에 더욱 마음이 쓰이고 쓰인다. 혹시 우리는 부여받은 ‘권리’만 주장할 뿐 ‘의무’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겉모습만 커버린 ‘가짜 어른’이지는 않은가.

 후보들이 단체로 나서 ‘8비트 유로댄스’라도 선보여야하는 걸까. 선거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가뜩이나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온갖 화살을 받고 있는 대학생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대학생 연대’가 조직되기도 했으며, 비와 문근영 같은 또래 유명 연예인이 선거 참여를 호소하는 각종 홍보도 지겨우리만큼 반복됐지만, 이조차도 효과를 발휘하진 못했다. 결국 야당 한나라당의 ‘급방긋’과 여당 열린우리당의 ‘급좌절’로 5. 31 지방선거는 끝이 난 가운데, 투표하지 않았던 다 큰 어른들에게 ‘급반성’을 요구하며 한마디, 선거 안 하신 분! 조사하면 다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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