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사 위헌판결…그들은 어디로 가야만 하는가
안마사 위헌판결…그들은 어디로 가야만 하는가
  • 양가을 기자
  • 승인 2006.09.02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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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마지막 삶의 터전, 안마사
 

“예, 어서 오세요”라고 반기며 의자를 건네는 엄수영씨. 자연스럽게 자리를 안내해주자 시각 장애인이라고 알고 찾아간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조심스레 눈이 잘 보이시냐고 묻자 엄수영씨는 “아, 저는 완전 점맹인은 아닙니다. 대신 약시이죠”라며 대답한다. 시각 장애인이 모두 점맹인은 아니라고 한다. 엄수영씨는 선천적으로 약시였고, 야맹증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40대 이후 시력이 급격히 낮아져 지금은 3급 정도 된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을 찾아서

점맹인 시각장애인은 열악한 생활 속에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 단순 노동직에서 일을 한다. 하지만 이직이 심해 직업이 불안정한 탓에 그들의 삶은 언제나 불안함 속에 놓여져 있다. 엄수영씨는 “생활이 가능한 장애인들은 안마사 일을 교육받아요. 하지만 교육받는 이보다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라며 전철에서 구걸하는 시각 장애인들 역시 그렇게라도 생계유지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엄수영씨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시각장애인들도 글을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불편한 점 일거예요”라며 안마사 교육을 받을 시엔 드림 보이즈 같은 음성 서비스가 가능한 컴퓨터를 이용해 들으면서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아니면 확대경을 이용해 글자를 본다. 하지만 일일이 모든 글자를 그렇게 본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엄수영씨도 그간 하고 있던 학원 강사 일을 접어야만 했다. “약시라 군대도 갈 수 없었고 회사에 취직도 할 수 없었어요. 눈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달리 해본 일이 있던 것도 아니지만 일을 그만 둘 수밖에 없더라고요”하며 안마사 교육을 받게 된 계기를 말해주었다.

시각 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폭은 너무나 좁았다. 엄수영씨는 눈이 보이지 않는 탓에 많이 외워서 가르칠 수 있는 강사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일을 그만 둔 후에 어떤 일도 쉽게 할 수가 없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장벽은 생각했던 것보다 그 이상이었다. 그렇기에 안마사의 직업은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인지도 몰랐다. 

현실과 맞지 않은 위헌판결

엄수영씨는 지난달 29일에 마지막 시위에 참가하였다. 지난 5월 25일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들에게만 안마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안마사에 관한 규칙'이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린 이후 안마사 협회에서는 규칙을 법률화 하기 위해 시위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들 시각 장애인이다 보니 사람이 많이 붐비는 광화문, 청와대 앞에서 시위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곳이 마포대교 아래였어요. 최대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목소리를 내자 였죠”라며 엄수영씨는 마포대교 아래서 시각 장애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시위대 열 정리 등을 도왔다고 한다. 그 와중에 2명의 시각장애인이 목숨을 잃었다. 또 시위를 하다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완전 점맹인분들은 어떻겠어요. 가슴에 맺힌게 저보다 더 많겠죠”라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각 장애인을 위한 사회 보장은 열악한 편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각 장애인을 위해 자판기업, 공무원 3%고용, 복권업 등 시각 장애인들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점권을 나눠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은 복지와 직장 보장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실을 무시한 판결과 다름없었다. 엄수영씨는 “시각 장애인에 대한 복지를 점차 늘리면서 그것이 웬만큼 됐을 때 자유를 말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라며 “직업이라곤 안마사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위헌이라고 해 일자리를 대폭 줄어들게 한다면 거지가 되라는 것 밖에 되질 않잖아요”라며 시각 장애인의 안마사 독점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오랫동안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들이 해온 일터 중 하나였다.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지금 안마사 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런 판결은 그래도 열심히 살아보려는 그들의 의지를 꺾게 만들었다. 

장애인, 그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

29일 안마사 자격을 일정요건을 갖춘 시각 장애인으로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그 법안도 헌법소원신청을 하면 언제 또 다시 위헌판결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자유권의 하나인 직업 선택권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자유권만큼이나 인간답게 살 권리,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 등 사회권 역시 크게 대두 되고 있다. 그 곳에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그들에게 안마사라는 직업이 선택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그들의 생존을 위해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위태로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할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양가을 기자

rkdmf214@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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