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우 의식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우리는 매우 의식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 송유림(문화인류 2)
  • 승인 2006.09.02 2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사랑 근화]

나는 여대생이다. 이 ‘여대생’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있다. 하나는 가장 기본적인 의미로 ‘대학생인 여성’이 있고, 다른 하나는 ‘여대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는 뜻이 있다. 물론 대개의 사람들이 여대생 하면 전자의 의미만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대학 사회의 소수집단인 ‘여대’라는 곳에 재학 중인 나는 영광스럽게도 두 가지 의미 모두를 온전히 경험하고 있다.

허나, 요즘 사회에서 이 여대생이라는 신분은 그다지 환영받고 있지 않다. 된장녀 논란만 해도 여대생을 포함한 20대 여성이 주 공격층 아닌가. 어느새 우리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는 관심 없고 사치나 일삼는’ 계층의 일원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철마다 등록금 투쟁을 하고 캠퍼스 밑바닥에 샛노란 글씨로 6.15를 새겨 놓는, 사회의식 투철한 여대에 다니고 있는 나로선 ‘여대생은 다 그렇다’라는 식의 포괄적인 비난을 참을 수 없었다. 물론 우리대학 학생이라고 해서 모두 상층에 대항하는 노조원들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외모치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잘못된 점은 비판할 줄 아는 최소한의 의식은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타 여대에 다니고 있는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그 곳에는 등록금 투쟁이란 것 자체가 없으며 3천명이 서명을 하고 메시지를 쓰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뜻을 전달하는데, 그 메시지란 것도 ‘등록금 내려주삼’, ‘너무 비싸염’ 이런 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매년 3월이면 연례행사처럼 투쟁을 하고 있지 않나. 그 이름도 멋진 민주동산에서 노래, 율동실력을 발휘해가며 평화적으로도 했다가 총장실을 점거하는 전투적인 면모도 보여 가면서 말이다. 이런 단편적인 사례를 가지고 그쪽 학교 학생들은 의식부재를 겪고 있지만 우린 아니라는 흑백논리를 펼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래서 무슨 등록금이 내려가겠냐’며 ‘재단의 비웃음이나 사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친구의 말을 들으니 이런 자조 섞인 불만은 새어나오지 않는 우리 대학이 괜찮아 보였다.

가끔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전혀 의외의 상황에서 깨닫곤 한다. 나는 내가 덕성여대에 전혀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은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나보다. TV에서 된장녀라는 수치스러운 이름을 이 땅의 젊은 여성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있을 때 난 적어도 우리 대학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감정은 나를 포함한 우리 학우들이 정말 완벽하기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 아마 내가 그 동안 학교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에서 연유했을 것이다. 매일 정치얘기로 게시판을 덮어놓는 것이, 80년대 민주화 투쟁하듯 캠퍼스의 하늘을 현수막으로 도배를 해놓는 것이 겉으로는 못마땅했지만, 무의식적으로는 그것이 마치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염원하는 의식 있는 지식인들의 상징인 것만 같아 자랑스러웠나보다. 이것이 비록 학생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 총학생회만의 행위라 해도 학교의 분위기와 그 이미지가 세상물정 모르는 공주들처럼 명품이나 밝히는 쪽이 아니라는 것이 마음에 든다.

우리는 매우 의식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적어도 난 이 점을 우리 학우 모두가 마음껏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비록 된장녀일지라도 학교의 이미지로 인해 그와 반대되는 탈을 얻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송유림(문화인류 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