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길다
인생은 길다
  • 칼럼니스트 수시아
  • 승인 2006.09.0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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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관찰기

 얼마 전 나는 버스에서 두 대학생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한가한 낮 시간 아마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가는 모양이었다. 개강을 앞두고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그 친구들은 저마다 수강과목과 교수에 관한 얘기로 대화가 한창 진행중이였다. 처음에는 내 뒤에서 들리는 수다가 소음이었지만, 어차피 들리는 대화 엿듣는 걸로 동참해보자고 생각했다.

 둘은 다음 학기 수강과목에 대해 가히 폭발적일정도로 정보를 나누고 있었다. ‘너 ○○수업 들어봤어?’ ‘그 교수는 학점 잘 안줘. 문제도 안 가르쳐주고 과제도 많아. 웬만하면 듣지마’ ‘그럼 △△수업은?’ ‘그건 그냥 외우기만 하면 돼. 수업시간엔 지루해도 시험 땐 편해’ ‘□□수업은 가르치는 거랑 시험은 어려운데 의외로 학점은 대개 잘 줘’ ‘난 아무개복수전공 안할려고. 그 과 애들이 생각보다 공부도 많이 하고 그거 배워봤자 별로 쓸데도 없는 거 같애’ 등등.  

 이들의 입장으로 글을 쓰자면 이렇다. 토익학원을 다니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런데 토익 고득점자가 많아져서 자격증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위 뽀대나는 직장을 다닐 수 있을까 말까다. 그런데 막상 수강신청하려고 보니 자격증 수업은 없고 죄다 도움이 안 되는 과목이다. 또, 유행처럼 퍼진 공모전에도 입상하면 좋다. 그런데 공모전에 당선시켜주는 수업도 없다. 등록금 아깝다. 학과 시험공부도 해야 하고 토익에 자격증에 하루가 모자란다. 우리 세대만 이렇게 취업이 힘들다니. 이건 말도 안된다.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화풀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또 내가 취업준비를 얼마나 했는데, 난 절대 좋은 직장에 꽤 짭짤한 돈을 받아야 된다.

 오 마이 갓! 시대가 변했으니 대학사회도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다지만, 대학을 학원 다니는 것쯤으로 인식하고 있을 줄이야. 현재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 공부는 숫자로 환산되는 결과 싸움이고, 기업이 원하는 정보만이 가치 있는 모양이다. 세계관을 세우고 가치와 태도에 관해 배우는 것 보단 당장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데만 치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또한 스승을 도구로만 간주해 형식적으로 대하는 것 같아 또한 아쉽다. 두 대학생이 나보다 먼저 내려버려 엿듣기는 끝났지만 무엇이 진짜 공부인지, 긴 인생의 항해 동안 삶의 좌표를 세우는 것이 오직 어느 기업에 들어가는 것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칼럼니스트 수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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