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비싼 값 좀 해
[백미러] 비싼 값 좀 해
  • 박선미 기자
  • 승인 2006.09.16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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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샤넬, 흔히 명품이라 불리는 것들은 질이 좋기 때문에 비싼 것일까. 아니면 값이 비싸기 때문에 질이 좋은 것일까. 어느 쪽이 진실이든 간에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어쨌든 이것들이 명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 질도 좋지 않으면서 비싸기만 한 짝퉁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대학들이다.

얼마 전, ‘세계 명문 대학 100위’ 리스트의 발표에 이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세계의 다른 대학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우리나라의 교육의 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OECD가 조사한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OECD국가들 가운데 네 번째로 비싼 것에 비해 ‘대학 교육 부문’ 순위는 60개국 중 59위로 꼴찌를 간신히 면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일등부터 꼴찌까지 철저하게 순위가 매겨져있는 서열화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세계 서열에는 낄 수 없다는 사실은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안에서 왕 노릇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소위 알아준다는 대학 간판(이름)을 자랑스럽게 졸업장에 새기겠다는 일념 하나로, 비판을 받아도 계속되는 학부모의 치맛바람과 입시학원의 밤늦도록 꺼질 줄 모르는 불빛이 참으로 무색할 따름이다.

창피할 수준의 교육의 질과 극심한 서열화 사회에서 매년 등록금은 어김없이 오른다. 물가상승, 대학발전, 교수확충, 시설확충 등등. 각각의 대학에서 주장하는 등록금 인상의 근거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교육의 질적 수준이 60개국 중 59위라는 영예스러운 결과를 볼 때, 과연 교육의 장으로써 대학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는 의심의 여지가 많다. 또한, 여당은 물가 상승률 대비 1.5배 수준으로 등록금 인상을 제지하겠다는 ‘등록금 인상제한 법안’을, 야당은 등록금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고등 교육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하니, 등록금 책정이 이제 더 이상 대학의 양심과 자율성에 맡겨질 수 없는 슬픈 현실과 그동안의 등록금 책정이 얼마나 뻥튀기 책정 되었던 것이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법안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만약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내년 새 학기, 어김없이 등록금 인상률이 대학가의 큰 이슈가 되고 총학과 대학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어느 정도의 인상률에서 협의가 이루어 질 것이고 부모님의 땀이 깃든 호주머니에서, 혹은 낮엔 학교에 다니고, 밤엔 알바를 해서 번 학생들의 호주머니에서 등록금은 지불될 것이다. 이러한 부모님의 땀과, 주경야독, 아니 이제는 주독야경이 되버린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대학이 부디 비싼 값 좀 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박선미 기자
signpen1004@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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