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무궁화, 기죽지 말 것
[기자석] 무궁화, 기죽지 말 것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6.09.30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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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민주동산에 희고 고운 무궁화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사실 무궁화는 그다지 아름다운 꽃이 아닙니다. 장미처럼 요염한 맛도 없고, 그렇다고 향내가 좋거나 짙지도 않습니다. 촌스럽다 싶을 정도로 순박하고 단순합니다. 게다가 수명은 어찌나 짧은지 아침에 피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해가 어스름히 지는 오후가 되면 금방 시들어 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무궁화는 그 어떤 꽃보다 끈질깁니다. 철이 지나 금세 시들어버리는 다른 꽃들과 달리 무궁화는 매일매일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그 질김을 과시합니다. 추위에 강해 겨울에도 쉽사리 죽지 않습니다. 이런 질김과 특유의 고고함을 인정받아 대한민국의 국화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대학의 꽃, 무궁화는 우리대학과 많이 닮았습니다. 86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유난히 벌레가 많이 꼬이는 무궁화처럼 여기저기서 꼬여드는 시련에 무식할 정도로 당당하게 대응해 온 우리였습니다. ‘너무 억세다, 매일 투쟁만 한다’는 손가락질은 속사정을 모르는 채 하는 소리들이었습니다. 무궁화의 강인함은 세상이 쉽게 이해할 수 없나봅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기자가 보기에도 확실히 덕성의 아름다움은 ‘화려함’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서서 자신만의 색깔과 향기를 내는 ‘무궁화 같음’ 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대학이 자꾸만 ‘무궁화 다움’을 버리려 합니다. 눈에 보이는 자랑거리가 없다고 겉으로 보이는 향기와 색깔을 만들려고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무궁화를 보는 사람들의 눈은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 무궁화는 벌레나 많이 꼬이고, 거무튀튀한 꽃나무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대학이 지녔던 강인한 속성을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하려는 현실은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향기도 없고 꽃 모양도 예쁘지 않다고 해서 무궁화가 그 가치를 상실한 것이 아니 듯, 우리대학도 겉으로 보이는 자랑거리가 없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궁화를 더욱 많이 닮아가길 바랍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무궁화 다움’을 살려나갔으면 합니다. 더욱 더 무궁화의 성숙함을 키워나가길 바랍니다. 고즈넉한 북한산 밑에 우직하게 자리 잡고 서서, 저 분주하고 각박한 세상을 향해 쓰디 쓴 비판을 내뱉고 이 사회를 진정으로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역시 무궁화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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