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 사람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어중간한 내가 싫었다"
[여기 이 사람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어중간한 내가 싫었다"
  • 배현아 기자
  • 승인 2006.09.30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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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선거, 병원, 은행 등 곳곳에 신분증 노출 위험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대표 한무지 씨

취업, 선거, 병원, 은행 등 곳곳에 신분증 노출 위험

"남자도 여자도 아닌 어중간한 내가 싫었다"

 

한무지(예명,28)씨는 지난달 4일 여성에서 남성으로(FTM: Female to Male Transgender) 성기성형을 제외한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서럽고 아프다고 했다. 허리 휘도록 돈 모아서 그토록 원하던 수술을 했지만 허무했고 허탈했으며 우울했다고 했다. 수술하지 않아도 될 거였는데 수술해야 하는 게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에. 수술 후 2~3주 동안 몸도 마음도 힘들어 내일 아침 눈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스무 살이면 남자가 되는 줄 알았다”
최초의 기억은 5살 때이다. 그는 사촌 남동생과 목욕하면서 페니스를 가리키며 ‘엄마, 나는 이거 언제 생겨?’라고 물었다. 그리고 12살까지 스무 살이 되면 자기 성을 결정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 시절 골목대장이었던 그는 “3학년 때인가. 남자는 다 머리가 짧아야 한다고 생각해 미용실에 혼자 가서 반삭발을 했다. 친구 생일파티 때는 치마 입기 싫어 어머니에게 골방에서 3시간 동안 맞기도 했다. 로봇이 그려진 운동화를 사기 위해 신발가게에서 1시간 반 동안 버틴 적도 있다”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공학중학교를 다녔는데 2주 동안 치마교복을 입으니 미치겠더라. 그래서 교장실 앞에서 3일 동안 단식투쟁했다.” 결국 바지교복을 입었다. 그러나 중3 때 여자친구와 연애하는 것을 부모님에게 들켰고, 부모님은 그를 동성애자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 그는 담배, 오토바이, 복싱 등을 통해 남성성을 표출하며 중학교 시절을 보냈다.

■딜레마와 카오스 속 무언가를 향한 자해
중학교 졸업 후 인생의 첫 번째 딜레마가 찾아왔다. 누가 ‘언니’ ‘누나’라고 하면 돌아버릴 것 같은 시기였지만, 여자로서 살자는 일종의 자포자기를 가졌다.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 평범함에 대한 욕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생활은 정말 최악이었다. 친구들과 관심사와 대화방식이 달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고, 보수적인 여학교에서의 생활은 고립되고 빙빙 겉도는 생활이었다. 그렇다보니 자주 결석하고, 결국 고2 초 자퇴했다. 바로 검정고시를 본 후 소위 명문대에 입학했으나 등록금이 없어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온전하지 못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모든 것이 미안하고 내가 싫었다. 왜 이렇게 태어나서 이렇게 살아야 할까.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어중간한 내 상태가 너무 싫었다.” 세상을 향한 그의 유일한 소통구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한 달 동안 말을 못할 정도로 카오스 상태였다. 당시 자해와 자살시도도 많이 했다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의료진영
3~4년 전. 그는 성전환수술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었고, 어느 날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에 관련 자료를 몇 달 동안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다. 하지만 정보를 접하고 수집하는 것은 개인 능력의 문제이므로 착오가 생기기 마련. 그리고 의료사고의 위험성과 전신마취의 부담도 크다. 호르몬 주입 야매가 있을 만큼 허술하기도 하다. 호르몬 치료 관련해서도 상담할 곳도 정보 제공받을 곳도 없었다. 그는 “정보 제공처가 시급하다. 당사자는 사전정보가 없어 병원을 일일이 다니며 사정을 얘기하고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성전환수술의 의료기술 자체도 장담할 수 없고, 수술비도 부르는 게 제값이다”라며 의료진영의 체계적인 수술과정과 가격에 대한 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계의 악순환, 그 끔찍한 굴레
트랜스젠더는 현실적으로 취업이 불가능하다. 바로 신분증 때문. 그들은 신분증이 노출될 경우 무수히 많은 차별을 받는다. 그는 “두 번 집단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에 대한 배신감보다는 내가 이렇게 태어난 게 너무 싫었다”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MTF(Male to Female Transgender)는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사회생활을 더 힘들게 한다.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여성성을 지닌 남성을 배척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FTM은 직업군이 다양한 편이다. 그러나 트랜스젠더 대부분이 신분증 제시가 필요 없는 직업,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는 직업, 그리고 비정규직이다. 이런 생계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전환자 특례법, 무엇이 문제인가
얼마 전 대법원은 스무 살 이상으로 미혼에 무자녀일 것, 외성기가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을 것, 병역을 필하였을 것 등 7개 항에 이르는 성별 정정 허가기준을 내놓았다. 이것은 자녀의 권리를 침해받을 수 있고, 남성의 성전환은 병역기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등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는 “특히 법적으로 성기성형을 요구하는 것은 성전환자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안일한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성기성형수술은 의료기술 자체가 위험하고 수술비가 천만원에서 3천만원까지 비싸기 때문이다. FTM은 팔근육을 떼서 성기를 만드는데, 적게는 3차에서 많게는 8,9,10차까지 진행된다. 성기성형에만 1억 5천만원을 쏟아 붓는 경우도 있다.

일반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범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하나하나 고민이고 문제이다. 그 음침한 시선과 쾌쾌 묵은 음지 속에서 그들은 언제까지 고개 숙인 남성이고 여성이어야 하는가. 법은 또 현실문제의 썩은 뿌리도 간파하지 못한 채 언제까지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하고 해석하려 할 텐가. 그가 외치고 있다. “차이가 틀리다고 생각하면 차별이 생긴다.”

배현아 기자
pearcci6@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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