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관찰기] 나홀로 인생
[대학생관찰기] 나홀로 인생
  • 수시아 칼럼리스트
  • 승인 2006.09.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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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인생
 

한 발자국 떨어져서 사람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참 신기할 때가 있다. 대범해보이던 선배가 극히 소심한 짓을 벌려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그렇게 다정해 보이던 연인들이 실은 헤어지는 준비를 하고 있었던가 하면, 누가 봐도 모범생처럼 보이던 그 애가 온갖 부정한 짓을 저지르고 있기도 한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 속담처럼, 그래 ‘인간은 원래 그런 거야. 나도 날 모르는데 누굴 믿고 기대하겠어. 세상사 홀로 가는 거지’라고 다짐해도, 기쁘거나 괴로운 일이 닥치면 내 옆의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인생을 함께 한다. 새로 산 스커트에 어울리는 셔츠의 색이 흰색인지 분홍인지에 대한 것부터 연애상담, 집안 문제, 직장문제에 이르기까지 ‘나’라는 한 사람이 겪는 인생 드라마의 고비 고비마다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은 나를 다독여주기도 하고 매섭게 비판하기도 하고 때로는 같이 울면서 함께 했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 내가 생각하던 ‘친구’라는 개념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 아직은 치기어린 대학생들과 대화하다보면 그렇다. 한 후배는 자신의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끊겨 혹시 무슨 사고라도 생겼나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잘 먹고 잘 살고 있더라며 분개했다. 또 시험기간에 필기 노트를 같이 공유하며 공부 했는데, 자신의 친구가 정말 알짜배기 정보만 쏙 빼놓아서 자신만 시험정보를 친구한테 가르쳐 준 바보가 되었다며 한탄하기도 한다. 너무 붙어 다니길래 ‘쟤들은 진짜 친한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물어보면 서로에 관해 별로 아는 것도 없고 지금 무엇 때문에 힘든지 관심이 없는 경우도 꽤 많았다. 내가 보기에 정말 베스트 프렌즈였던 그들이 실제로는 베스트 프렌즈가 아니였나 보다.
 애석하게도 ‘너무 붙어다니는’ 이유는 인간적인 관심에서가 아닌, 영화나 쇼핑을 같이 다닐 사람이 없어서이거나 경제적으로건 학업면에서건 ‘받아먹을’ 무언가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친구 열 명 중 단 한 명 쯤은 인생을 함께 하는 친구이겠지만 젊은 친구들이 점점 ‘나홀로 인생’을 미리 실천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그저 단순히 같이 놀 때 찾는 친구가 아닌 인생을 함께 나누는 친구가 되기 위해 조금씩만 노력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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