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드릴까요?
처방전 드릴까요?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6.10.2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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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독서세미나 과제도서로 『중용』을 읽게 되었다. 매주 읽어야 하는, 기자에게는 별반 다를 것 없는 과제도서로 여겨지는 그 책을 집어 들고 서점을 나왔다. 집에 도착해 TV를 켜니 저녁뉴스는 북한의 핵실험 후폭풍 때문에 난리였다. 그리고 그 난리 속에는 자신을 휘감는 감정에 밀려 한 감정의 극단을 달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두 부류가 등장하고 있었다.

‘보수’라는 이름과 ‘진보’라는 이름의 그들이다. 지난해 7월 맥아더 동상 철거 문제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 진영의 반목. 올해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의 격렬한 충돌. 그리고 최근까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시기 문제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대립을 보면 마치 해방 이후 이념의 혼란시기로 되돌아 간 것 같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더 이상 접점을 찾을 수 없이 끝과 끝에 서있다.  각 단체의 반응은 이를 더 분명히 보여줬다. ‘북이 핵실험을 했다는 것을 후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보수단체와 ‘미국의 실패한 대북정책 때문에 이러한 사태들이 벌어지게 되었다’라는 진보단체는 TV의 한 화면속에서 전혀 다른 말을 할 뿐이었다.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 그들의 인터뷰를 보며 같은 하늘 아래 사회를 사과 쪼개듯이 ‘쩍’ 갈라 버릴 것 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때 내 손에 들린 책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온갖 감정이 우리를 휘감아도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는 이 책이 우리 현실과는 참 동떨어져 있어 보였다. 그 두 부류 뿐만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도 이해할 수 없음의 극한에 달하고 있는 현재 상황. 모두에게 화(和)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 모두들 자신들만의 감정의 길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독불장군’인간형으로 굳어져 간다.

이미 그들은 어디선가 또 집회를 하고 귀를 막고 자신의 목소리만 터져라 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온고지신’이라는 늑수구레한 표현과 함께 기자의 과제도서를 건네주고 싶다. 기자에게 이 책이 별 볼일 없이 다가왔지만 깊은 생각을 할 여유를 준 것과 같이 그들에게도 잠시나마 여유를 주고 뒤돌아 자신들의 반대를 바라볼 수 처방전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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