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가는 대학문화 2/변해가는 데이트 문화
변해가는 대학문화 2/변해가는 데이트 문화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04.1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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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애정표현, 애정의 상품화, 관계의 평등

   데이트, 즉 연애가 결혼의 전 단계로 자리잡은 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사생활' 개념이 등장한 17, 18세기에 들어서야 결혼의 전제가 경제적 논리에서 친밀성의 영역으로 넘어오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결혼과 사랑은 하나로 엮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현대사회에서 사랑은 결혼의 전제조건이자 행복한 결혼생활의 필요조건이며, 사랑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현대인은 결혼의 첫 번째 조건으로 사랑을 목숨처럼 신봉하면서도, 다른 한편 사랑은 쉽게 변질될 수 있는 모호한 감정상태라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상황에 봉착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은 달라진 데이트 개념에서부터 찾아 볼 수 있다. 지금 3, 40대가 연애편지를 주고 받던 시절, 데이트란 말은 '결혼을 전제로 한 이성간의 만남'의 의미가 컸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데이트는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자유로운 이성교제'로 의미의 폭이 확장되고 있다. 사랑에 기초한 결혼서약이 영속적인 결혼관계를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간파한 요즘 젊은이들에게, 데이트는 특정 상대와의 결혼 준비기간으로서 의미보다는 폭넓은 이성교제를 통해 자신의 결혼 적응력을 키우는 시기, 결혼과 가족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 성적 취향을 확인하고 실습해보는 시기로서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아가 자발적 독신의 증가, 늦어지는 혼인연령,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결혼문화의 변화는 만남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즉 결혼이 전제되지 않은 데이트에 대한 자유도를 그 어느때보다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변한 것은 데이트의 개념만이 아니다. 데이트 풍속도도 사회, 문화적 환경변화에 따라 변화를 보이고 있다. '표현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구호 속에서는 두 가지 변화를 탐지할 수 있다. 하나는 애정표현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랑과 성적 욕망은 더 이상 은밀함의 베일로 가려야 할 부끄러운 짓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심지어 자랑스러운!) 이성 간 커뮤니케이션 과정으로 들어 왔다. 두 번째는 애정표현의 상품화다. 기념일을 꼼꼼하게 챙겨주고, 얼마나 근사한 이벤트로 상대방을 감격시키느냐가 사랑의 잣대처럼 여겨지면서 건망증 심하고 아이디어 빈약한 연인들을 위해 업체들은 대대적으로 홍보 이벤트를 벌이며 선물리스트를 제공한다. 사랑이 중요해지는 만큼 사랑을 표현하려는 욕구 또한 양적으로 질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여성의 소극적 사랑방식과 남성의 적극적 사랑방식 사이에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이제 도서관에서 맘에 드는 이성에게 자판기 커피와 함께 만나자는 쪽지를 건네는 여학생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고, 데이트 비용을 평등하게 관리하는 것도 신세대에게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평등한 데이트 문화는 사랑의 주도권을 남녀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줌으로써 획일화된 성역할 구분에서 오는 갈등의 소지를 대폭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변화'는 과거의 반성이자 미래에 대한 기대다. 따라서 변화의 방향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지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사랑과 만남의 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반성하고 어떤 미래를 주도해 나가야 할 지 다시 한번 숙고해 볼 일이다.

                                                                                                                               최정은정(숭실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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