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획일화라는 도도한 광풍 속 논술이 처한 길
[기자석] 획일화라는 도도한 광풍 속 논술이 처한 길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6.11.25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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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입 수능이 끝났다. 수능 점수로만 대학을 들어갈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의 입시가 끝났다. 앞으로의 입시는 내신과 수능이 9등급제로 되고, 논술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교육인적자원부는 미리부터 발표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서울대를 비롯한 각 대학들은 2008학년도 대학입학 전형을 발표하였고, 각 대학들은 경쟁적으로 논술을 강화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서울대와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학은 물론 교대까지 논술고사 강화 대열에 참여했다. 교육부는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측정하는’문제의 출제를 금지했다. 정형화된 풀이와 답을 요구하지 않아야 하며 질문을 해결해 가는 과정과 절차를 중시한 문제들을 출제하라고 전했다.

그러나 현실은 교육부의 가이드라인대로 착실하게 따라가 주지 않는다. 이름난 ‘강남논술전문갗들은 저마다 다투듯 학생들을 모으고, 막막한 앞길에 한줄기의 빛이라도 비춰지길 기대하는 부모들은 경쟁하듯 아이를 논술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논술준비 어떻게 하나요’, ‘논술 잘 쓰는 법 알려주세요’ 등등의 논술족집게를 열망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여전히 대학입시 논술은 수험생들에게는 너무나 먼 그대이고, 암기된 교과 지식은 필수이며, 논술학원 한 번 다녀보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것은 무기 없이 전장에 나서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 원로 문학평론가가 최근의 대학입시 논술시험방식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명색이 50년간 글을 썼다는 나도 이런 방식의 글쓰기 시험엔 자신이 없다’며 ‘획일화한 글쓰기 교육이란 도도한 광풍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한 것. 그는 틀이 존재하고 획일화된 글을 강요하는 현행 글쓰기 교육이 글쓰기를 감금상태로 몰아넣는다고 말했다. 아무리 대학들이 논술 학원에서 배운 듯한 글은 가려내어 불이익을 주겠다고 선언해보아도 모두 다 똑같은 틀에 맞춰져 있는데 어떻게 가려내겠단 말인가. 결국 논술고사를 치르고 의기양양하게 고사장을 나서는 순간, 열심히 외웠던 글쓰기 기술들은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처럼 머릿속에서 폐기되고 만다.

초등학생마저 논술학원으로 내모는 교육제도. ‘논술’ 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가? 국어사전은 정의한다. 어떤 것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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