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 사람들] 간병인 김미영(31) 씨
[여기 이 사람들] 간병인 김미영(31) 씨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6.11.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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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상 뒤에 흐르는 남모를 서러움

여기 이 사람들 간병인 김미영(31) 씨

침상 뒤에 흐르는 남모를 서러움
보호자의 감시 속에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산재

해 저문 병실에서 저녁이 오면/ 외로운 침상에서 흐느끼는 환우들아/ 기나긴 세월 속에 한이 서렸네/ 스쳐간 필름마다 흘러간 과거/ 인권 위에서 애만 태우는 간병인 심정
- 간병가의 일부분 -
아픈 이를 제 부모 보살피듯 잠시 눈 부칠 새도 없이 환자를 돌보고 있는 그들의 이름은 바로 간병인이다. 지금 간병인들은 환자와 보호자, 병원과 그들을 특수노동고용직으로 몰아세운 정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서있다.
간병인이 된 지 올해로 1년이 되는 김미영 씨. 김미영씨는 간병 일을 하기 전까지 건축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던 김미영씨는 불의의 사고로 다친 오빠의 간병을 하면서 ‘이 일이 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동안 내가 해왔던 일을 그만 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는 김미영씨는 진심으로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자 간병인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 만능을 원하는 보호자와 뜬눈으로 날밤 지새우는 간병인들 
김미영씨는 그토록 원하던 간병인을 하게 되었지만 그녀의 열정만으론 간병인의 일은 녹록치 않았다. 격일이라 하지만 하루에 24시간 동안 일을 해야 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것은 다반사며 밤새 뒤척이는 환자들 옆에서 뜬 눈으로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대부분 병원에서는 환자 20~30명 되는 병실에 두 세명의 간병인을 두기 때문에 기본적인 수발부터 대소변 가리기, 식사보조만 한다 해도 일손이 부족한 게 현실이었다. “하루에 24시간을 일해도 고작 5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 시간당 2천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김미영씨는 간병인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50~60대 여성이 주류이고 생계형, 부업형 가정주부들이 많다보니 시급도 적고 고용환경도 열악하다고 전했다.
고된 업무보다 김미영씨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바로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를 대하는 일이었다. 질환의 경중도 다르고 성격도 천차만별인 환자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보호자들은 ‘너 내가 돈 주고 부리는거야’라는 식으로 간병인들을 대하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다. 심지어 간병인 때문에 환자 병세가 악화되었다며 간병인들을 나무라는 보호자들도 있었다”며 김미영씨는 간병인에게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보호자들과의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병균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 산재보험 적용되지 않아
김미영씨는 “사실 나는 간병인이 서비스업이라고만 생각했었지, 특수고용직이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매스컴을 통해 어렴풋이 간병인이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김미영씨는 덜컥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병원에는 균들이 무수하고 만약 간병을 하다 병이라도 생기면 순전히 사비를 털어서 치료를 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실제로 피부병을 지닌 간병인들이 많다. 특히 호흡기 질환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 같은 경우 간병인이 감염 위험성이 많이 노출될 것”이라며 김미영씨는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간병인들이 그야말로 위험한 일터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재 정부는 특수고용직의 유형이 늘어난 상황에서 보험모집인,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송기사 총 4개 유형만 산재보험에서 ‘준사업주’ 적용을 명시하고 나머지는 향후과제로 돌리고 있다.

■ 간병인=파출부? 사회인식 그대로
대부분 사람들은 간병인이라 하면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고 돈을 주고 사람을 쓰는 정도로 생각한다. 어느날 병실 복도를 지나가는데 청소부 아주머니가 ‘젊은 처녀가 할 일이 없어서 이런 일을 하고 있어?’라며 김미영씨에게 물었다. 한심하다는 듯 묻는 아주머니의 물음은 늘 보람되고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왔던 김미영씨에게 간병인에 대한 회의감, 심지어 자신이 왜 이일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나 스스로 간병인이란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전문직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긴다”며 “일하는 강도에 비해 보수가 적은 편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만큼 인정받지 못한다”는 김미영씨는 아직도 사회에서 간병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또한 김미영씨는 “솔직히 50~60대 여성들이 이 일을 하기란 몹시 벅차다. 젊은 나도 환자들과 함께 화장실을 한 두번만 갔다와도 지치기 마련이다”라며 젊은 인력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을 비치기도 했다.
언제나 즐겁고 능동적으로 일하려 노력한다는 김미영씨는 짧은 간병인 생활을 하면서 의사와 간호사와의 관계, 보호자와 환자들 사이에서 남모를 서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들은 노동자의 권리 중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은 채 일에 대한 열정만으로 병실을 지켜야만 했다. 주위의 냉랭한 시선과 열악한 병실 시설은 간병인들을 더 힘든 근로조건에서 일하게 만들었다. “일은 고되지만 환자들을 만나면서 가슴이 짠해지는 일들이 많았다”며 말하는 김미영 씨. 정부는 하루빨리 그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건강한 근로조건에서 그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무방비상태로 병균에 노출되어 있으면서 24시간 쉴 새 없는 노동 속에서 일하는 그들을 노동자의 권리라는 이름으로 보호할 차례이다. 

양가을 기자
rkdmf214@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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