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문화 리포트] 방학이 방학다워야 방학이라면, ‘방학답다’의 의미는?
[대학생 문화 리포트] 방학이 방학다워야 방학이라면, ‘방학답다’의 의미는?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6.11.25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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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물이 생기지 않으면 불안·초조… 내가 원하는 것은 못해

찬바람이 서늘하게 불고, 낙엽도 우수수 떨어지는, 그리고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 11월의 마지막. 대학생들은 과제를 하느라 바쁘기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 탐색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세계일주도 할 수 있다는 80일의 겨울 방학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학 동안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여권준비를 하거나 토익점수 ‘팍팍’ 올려준다는 학원에 등록하거나 혹은 다음 학기를 위해 80일 ‘바짝’ 벌 준비 중이다. 이는 어쩌면 당연하고 한편으로는 올바른 현상일지도 모른다. 취업이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와 맞먹는 현재 상황에서, 황금 같은 80일 동안 최대한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사람이 영리한 사람으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의 구조가 점점 경쟁으로 치닫고 있고 누군가를 밟아야 자신이 클 수 있는 현재 취업 현실이 대학생들의 방학생활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방학동안 아무 결과물 없이 새 학기를 맞이한다면 주변에서는 그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방학생활에 대해 우리대학 정진웅(문화인류학) 교수는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하고 직접경험을 할 기회가 많은 대학이라는 공간의 특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결국 청소년 시절처럼 자유롭지 못하고 무언가에 얽매여 불안해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사회가 원하는 것을 나도 원하고 있다는 착각
이 시대는 언어능력도 갖추고 경험도 많고 마음의 미덕까지 지닌 멀티플레이어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새 자격시험 준비,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등은 방학의 통과의례가 되어 버렸다. 이민화(건국대 정치행정학부 1) 학생은 이번 겨울 방학 동안 한자능력 시험과 토익 시험을 병행하면서 영어 중급회화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 맞는 겨울 방학인데, 두 개의 시험을 준비하고 방학 동안 회화 능력도 높이려면 80일이 모자를 것 같다”고 자신의 방학 계획에 대해 말했다. 송현정(경상 1) 학우는 얼마 전 인터넷으로 5개의 리조트에 아르바이트를 신청했다. 등록금의 압박에서 여유로울 수 있으려면 방학에 해결해야 한다는 게 송 학우의 생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학이 되면 기업이나 학교에서 주최하는 각종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난무한다.
이 같은 활동들은 ‘현재 사회에서 요구하는 통과의례’로 대학생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어 방학 때 해치우려는 현상이 증가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없을지언정 이 또한 사회가 원하는 보람찬 방학의 하나인 것이기에. 대학생들은 점차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내가 원해서 하고 있다는 착각으로 방학 숙제를 하듯이 멀티플레이어로 뛰고 있다.

수확물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보자
대학생들의 방학은 짜여진 틀에서 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사회의 요구 외에도 80일이 끝나고 난 후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을 때 밀려오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두렵기 때문이다. 남들은 방학동안 자격증을 땄다. 새학기 등록금을 벌었다. 그런데 나는 방학 때 푹 쉬었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면 자신만 혼자 도태되는 무서움이 대학생들을 자꾸만 똑같은 일상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강박관념을 조금씩 깨려는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여름 한 TV 코너에서 무작정 전국으로 무전여행을 하는 두 남학생을 소개한 적이 있다. 왜 사서 고생을 하냐는 PD의 질문에 그들은 “우리가 하고 싶어서요. 이번 방학에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라는 대답을 했다. 그들은 무엇을 바라는 마음으로 무전여행을 시작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이룬 것뿐이었다.
방학동안 외국어공부를 많이 하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손가락질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봉사활동으로 자신만의 경력을 만든다고 해서 흉볼 사람도 없다. 그러나 곧 돌아올 우리의 80일을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으로 채우지 말고 내가 정말 원하는 활동으로 채워 보자는 것이다. 김원 문화평론가는 “취업에 치이고 등록금에 치여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방학 동안 하는 학생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방학 기간의 반만큼이라도 타인을 좇는 것을 접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고 방학생활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주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학생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80일의 겨울. 내 발로 안 가본 곳도 이번 방학에 가서 밟아보고 몰랐던 것을 온 몸으로 흠뻑 느껴보자. 더 이상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해서 우리 몸에 물을 주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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