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강의는 너무 힘들어!
대형강의는 너무 힘들어!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7.03.3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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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확충과 전임교원 충원이 근본 해결책

장면1. 100명은 족히 넘는 학생들이 강의실에 빼곡히 앉아있다. 자리에 채 앉지 못해 서성이는 학생 20여명이 우왕좌왕한다. 강의 시간은 다가오고, 5분간 우두커니 서 있던 교수님이 입을 뗀다.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장면2. 강의가 시작한 지 30여분이 지났다. 지각한 학생이 강의실 문을 열고 빈자리를 찾는다. “죄송합니다, 좀 지나갈게요.” 교수님을 비롯한 200여개의 눈동자가 그 학생을 향한다. 학생은 자리에 앉자마자 옆 학생에게 묻는다. “출석 불렀어요?” “아니요.” 15분이나 걸리는 출석점검은 오늘도 없었다.
장면3. “중간고사 시험 출제 유형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교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100여명의 학생들의 귀가 쫑긋 선다. “단답형이 10문제, 간단한 논술이 2문제 그리고···” “그래봤자 시험문제는 지난 학기랑 비슷하겠지? 00선배한테 문제 가르쳐 달라고 하지 뭐.”

우리대학 대강의동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2007년 1학기 개설된 강의 중 수강인원 100명이 넘는 대형강의는 전부 39개이다. 교양과목 ‘시장경제의 이해’는 수강인원이 무려 206명에 달한다. 이외에도 ‘연극의 이해와 감상’(181명), ‘비교문화론’(170명)을 비롯하여 수강인원 100명이 넘는 교양과목은 총 23개이다. 체육수업과 독서와표현, 컴퓨터, 예술대 관련 수업 등을 제외한 전체 교양과목의 약 23%이다. 전공과목도 수강인원 100명 이상의 대형강의가 16개가 개설되었다. 그 중 9개가 경영학과 전공과목이고 국제통상학과와 식품영양학과가 각각 2개, 사회복지학과, 수학과, 화학과 과목이 하나씩이다.
대형강의의 첫 번째 문제점은 열악한 수업환경이다. 교수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일도 잦다. 간혹 프로젝터나 강의에 필요한 기자재가 고장 날 경우, 10분 정도 수업이 지연되기도 한다. 지난 학기 대형 교양강의를 수강한 정연옥(일어일문 2) 학우는 “큰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교수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곤란할 때가 많았다. 실습을 하는데 기구가 부족해 수십명이 하나를 가지고 실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출석점검이 잘 이뤄지지 않아 불평을 늘어놓는 대형강의 수강생들도 있다. 지난 학기 ‘한국현대사’를 수강한 한 학우는 “교수님이 일일이 출석점검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지정좌석제를 실시했다. 옆 자리의 선배는 결석을 자주 했지만 출석점수는 똑같았다. 조교가 꼼꼼하게 출석을 점검한다 해도 이름을 부르는 것만큼 정확하지는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좀 더 나은 출석점검을 위한 방편으로 전자출결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현재 서버구축이 미비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전자출결도 대리 출석이라는 맹점을 지니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대형강의는 50분~75분 수업시간에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기 때문에 강의 수준이 하향 평준되기도 한다. ‘기업회계원리’를 수강하는 정혜선(경영 2) 학우는 “전공과목임에도 불구하고 분반하지 않은 채 타과 학생들과 같이 수업하니 심도 있는 수업을 기대하긴 어렵다. 전공수업을 이렇게 많은 인원이 수강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수와 학생간의 의사소통 통로가 소형강의에 비해 많은 부분 차단되거나, 수업에 대한 피드백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 학우는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교수님께 질문하기가 힘든 분위기가 조성된다. 교수님도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가며 수업을 진행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형강의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들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연세대 문과대학 학생회는 과제물 돌려받기 운동을 벌였다. “대형강의의 일방적인 강의와 교수와 학생의 소통의 부재를 없애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하였다”고 당시 연세대 문과대 학생회장 박상은씨는 밝혔다. 과제평가서를 리포트 뒷면에 부착하여 제출하면 교수는 학생의 리포트에 대해 자세한 평가나 추천서적, 추천논문 등을 적어주는 등의 방식이다.
발표수업과 조별활동을 통해 단점을 극복해 나가는 방법도 등장했다. 적게는 3~4명에서 많게는 6~7명이 한 조가 되어 직접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일방적으로 강의를 ‘받는’ 위치에서 벗어나게 된다. 수강인원 100명 이상의 대형강의를 진행 중인 한 강사는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는 점수를 잘 받을 수 없는 것도 발표수업의 큰 특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별 발표수업으로 수업을 진행할 경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학생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보다 근본적으로 대형강의의 문제점을 바로잡으려면 강의실의 확충과 전임교원의 충원이 절실하다. 교무과 측은 강의실 확충과 전임교원의 충원 등은 하루아침에 확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교무과 관계자는 “분반하여  강의를 운영하거나 수강인원을 조정하는 등 작은 부분부터 개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대형강의가 지닌 문제점을 당장 없앨 수 없다면 조금씩 극복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당사자인 학생들의 적극적인 자세도 요구된다. 교수와 긴밀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학습자의 태도로 임해야 한다. 효과적인 커리큘럼과 강의실, 전임교원의 확충을 통해 양과 질 모두 성공한 대형강의가 생겨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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