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기획]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사회기획]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 양가을 기자
  • 승인 2007.03.31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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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 스며있는 민족사랑 나라사랑
 

사회(기획) 강요받는 애국심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아무도 모르게 스며있는 민족사랑 나라사랑


잠시 국사책을 펴보자. 교과서는 “우리 민족은 반만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단일 민족국가로서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적고 있다. 교과서가 말하고 있듯이 우리나라는 단군 이래로 5천년의 찬란한 역사를 자랑해온 나라이다. 우리는 우리민족이 같은 핏줄이자 같은 언어와 문화를 습득한 문화공동체인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학교에서 국사와 도덕 교과서를 통해 알게 모르게 배워왔다. 그렇기에 ‘우리’라는 단어는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고, 오랜 농경생활을 해온 조상들의 삶을 통해 이어져온 공동체 생활은 미덕으로 배워왔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1997년 IMF가 터지자 아버지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고 민심은 흉흉해졌다. 이에 정부는 정부수립 50주년을 기념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공익광고를 만들었다. 프로 골퍼 박세리 선수가 웅덩이에 빠진 공을 치기 위해 양말을 벗고 웅덩이로 들어가는 모습 뒤로 ‘깨치고 나아가~’라며 상록수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광고는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광고 속에서 박세리 선수는 동양인 최초의 US오픈 우승을 한 골프선수가 아닌 세계 속에서 한국을 빛낸 한국인의 자존심으로 그려졌다. 이로써 스포츠 스타들은 더 이상 일개 프로 선수가 아닌 한국민의 염원을 담은 국가적 상징이 되었다. 이 같은 모습은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스포츠 행사를 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국가 대항전 같은 경우 경기가 민족 국가의 운명과 동일시되며 경기를 하는 선수를 민족의 대리인으로 상징화된다. 그래서인지 애국가가 울러 퍼지고 카메라가 선수들의 얼굴을 잡을 때마다 선수들의 비장한 표정은 꼭 전쟁에 나가는 군인을 떠올리게 한다.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이 개최되었다. 4강 신화에 사람들은 환호했고 마침내 그 꿈은 이루어졌다. 푸른 그라운드를 누볐던 11명의 선수들뿐만 아니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축구 경기를 시청했던 시민들의 꿈도 덩달아 이루어졌다. 왜? 우리는 같은 핏줄이니까. 

나라사랑 뒤에 감춰진 진실은 어디로?

배아줄기 세포에 관한 논문조작으로 파란을 일으켰던 황우석 사태는 개인이 이룬 일과 성과가 민족주의로 포장되어 민족의 운명을 짊어진 특정한 주체로 떠올랐을 때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과학논문지 <사이언스>에 배아줄기 세포에 관한 논문이 게재되면서 황우석 박사는 장애인을 비롯한 각 계층과 지역,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어 미래 과학한국의 비전을 보여주며 나라의 발전을 이끌고 갈 영웅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그는 가난한 농촌 출신이지만 복제와 줄기세포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업적을 나타낸 과학 영웅일뿐 아니라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 그의 발언이 표상하듯 진한 애국주의로 무장되어 있었다. 심지어 황우석 박사를 다룬 한국일보 2004년 11월 기사 제목은 ‘슈퍼맨도 보상받은 한국의 국보’였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생명윤리 문제 면에서 ‘동료여성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하면 안 되나’식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논문조작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이 나라의 자랑으로 삼던 영웅이었던 황우석 박사는 하루 아침에 한낱 과학 사기꾼으로 전락해버렸다. 황우석 박사의 갑작스런 몰락으로 인해 온 나라가 충격과 정신적 공항 상태에 빠졌다. 이 와중에 황우석 사태는 민족주의라는 옷을 두른 채 음모론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PD수첩을 방영했던 MBC를 상대로 MBC채널 보지 않기 운동이 퍼지기도 했으며 미국에서 황우석 박사가 보유한 복제기술을 훔쳐갔다는 식의 음모론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우리대학 문화인류학과 정진웅 교수는 “국가와 개인이 동일시되면서 국가의 영광이 개인이 영광으로 치부된다”며 “황우석 사건 경우, 외세에 억눌려 살아왔던 역사에 대한 한풀이와 성공과 결과만 인정하는 사회 풍토를 가지고 있는 우리들의 찌그러진 자화상을 볼 수 있었던 계기”라고 전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로 이어지는 민족은 핏줄과 언어로 정의내릴 수 없는 개념이다. 상상의 공동체라 불리는 민족은 같은 땅덩어리에서 사는 사람들끼리 단결심과 독립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민족과 민족주의를 이용한 정부의 정책과 여론들은 국민 개인의 행복이 아닌 민족의 행복, 더 나아가 국가의 행복이 우선임을 강조하게 되고 무조건적인 비판과 수용까지 이르게 된다면 그것은 민족주의가 낳은 폐해일 것이다. 본질을 보지 않은 채 한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성공과 성과를 우리 것으로 여기고 환대하지만, 그 반면에 겉모습이 다르고 우리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멸시하고 배척하는 모습은 은 민족주의의 이중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제 민족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우리’ 것만을 찾지 말아야 할 때이다. 민족주의로 과대포장된 스타들의 화려한 성공과 우리나라의 영광을 거둔 채 진실을 올바르게 보고 가려낼 줄 알아야할 때, 바로 지금이다.


양가을 기자

rkdmf214@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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