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가대표
우리나라 국가대표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7.05.2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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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동경에서 살아남기② (2006.08.20~현재)

 “박 상은 참 깔끔한 것 같아요.” 두 달 전에 새로 시작한 카페 아르바이트에서 같이 일하는 아이에게 이런 소리를 들었다.

순간 내 얼굴에 띤 냉랭한 표정을 그 아이가 보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날 이렇게 만든 것이 바로 너희들이거든!’이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을 혀를 깨물며 참아냈다. 어느덧 일본에서 생활한 지도 아홉달이니 만큼 아르바이트 기술도 날로 진보했다. 처음 라면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에는 점장에게 수도 없이 “박 짱, 멍하게 있지 말고 빨리 청소해” 라는 소리를 들었다. 손님이 없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나를 굉장히 못마땅하게 보며 걸레 하나를 휙 던져주고는 벽을 닦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날 나는,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체험해보았지만 난생처음 그것도 일본에서 벽을 닦았다.

시급이 높은 만큼 그들은 꼭 그만큼의 값을 받으려고 한다. 처음에는 ‘내가 외국인이라서 이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부려먹나’ 하고 오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들은 원래부터 이렇다는 것을. 지금의 깔끔한 내가 있는 것은 첫 아르바이트 장소였던 라면가게에서 청소의 달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르바이트생에게 엄하기 그지없는 일본에서 일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이 묵직하게 쌓여있는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데에는 수다만한 특효약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 처음 왔을 때부터 쭉 신경을 써준 나오짱이랑 이야기하다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면서 한국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 되어 버린다.

   
▲ 일본에서 친구들과 함께한 사진.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나오짱은 일본군 위안부 나눔의 집에서 있었던 ‘피스로드’라는 역사 토론 캠프에서 알게 되었다. ‘피스로드’는 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이 일주일 정도 같이 생활하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캠프이다. 한국어 한 마디 못 했던 나오짱에게 일본어로 이야기하게 되면서 친해지게 됐고 그 인연이 지금에까지 쭉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 인기가 있었던 <대장금>을 보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나오짱은 현재 방에 권상우의 사진을 놓아 둘 정도이다. 하루는 나오짱이 물어볼 게 있다고 하기에 뭐냐고 물으니 ‘한국 사람들이 벌레를 먹는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고 그러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벌레를 먹어? 무슨 얘기인가 찬찬히 들어보니 바로 ‘번데기’였다. 내가 큰소리로 웃으며 대충 설명을 해준 후 건강에 좋으니 나중에 한국에 가면 꼭 한 번 먹어보라고 말해주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나는 한국을 알리고 있어요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애국자보다 한비야씨가 말한 우리나라 국가대표가 되었다. 나오짱의 한국인 친구로서 우리나라에 대한 편견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한국 사람들은 다 저런다고 생각되기 쉽다. 어느 순간 나도 우리나라의 국가대표로서 한국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활활 불타오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학기부터 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기로 했다는 후미카의 문자가 내심 뿌듯하다.

박미(영어영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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