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2007 사채 광고 열전
[기자석]2007 사채 광고 열전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7.05.26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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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자~ 무이자~무이자~’ ‘급할 땐 믿음직한 친구가 되어드립니다’ ‘누구나! 쉽게!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대출 가능합니다’. 케이블 채널에서 ‘미드’를 기다리는 동안 수십건의 대부업 광고가 눈과 귀를 장악해버린 적이 있었다.

유명 연예인들이 전화기를 붙잡고 주먹을 꽉 쥐고는 전화 한 통으로 무이자·무담보·무보증 손쉬운 대출을 받으라고 성화다. 믿음직스런 연기로 사랑을 받았던 남자 배우는 자신의 신용을 걸고 보장한다고 장담한다.

2007년 대한민국은 대부업 천지라고 할 정도로 대부업, 이른바 사채가 성행하는 나라가 되었다. 거리에는 사채 전단지가 발에 채이고, 스팸 메일이 하루에도 수십 통 배달되는 것도 모자라 TV를 통해 안방으로까지 사채 광고가 흘러들어오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는 1만 7천여 곳에 달한다고 한다. 거기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업체까지 합치면 줄잡아 4만여 곳의 대부업체가 영업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부실한 금융제도과 금융당국의 소홀한 대부업 관리·감독, 약한 불법행위 단속 등이 맞물리면서 TV는 사채 광고의 천지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연이율 66%가 넘는 사채 광고는 케이블 채널을 무대 삼아 안방을 누비고 있다.

하지만 높은 이자율 및 연체이자율은 광고에서 누락한 채 무이자·무보증·무담보 등의 허위, 과장 사실을 앞세운 이러한 사채 광고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광고는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손 놓은 틈을 타서 사채 광고는 점점 그 규모와 강도가 심해지고 있고 연신 연예인들은 30일 무이자, 신용으로 보장합니다, 믿고 맡기는 대출을 외쳐댄다. 광고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악의가 담기지 않은 긍정적인 광고도 반복 방송될 경우 시청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는데, 사채 광고야 두말할 것 없지 않은가. 대부업체의 무분별하고 공격적인 광고를 규제할 제도가 시급하다. 주류광고와 담배광고는 규제하면서 인생 파괴의 주범인 사채 광고에는 정작 아무런 규제가 없다니 이런 모순도 또 없다. 케이블 채널을 지배하고 있는 그 검은 손의 외침을 보지 않고 듣지 않을 권리가 시청자에게는 있다.

최근 새롭게 시작한 드라마 <쩐의 전쟁>은 대부업자의 이야기를 그려 주목받고 있다. 눈 여겨 볼 것은 이 드라마가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한 대부업체의 후원을 단박에 거절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공중파 방송에서 만큼은 사채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으니 그나마 한 시름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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