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황은 젊음의 특권 이다
내 방황은 젊음의 특권 이다
  • 송혁준(회계) 교수
  • 승인 2007.05.26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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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이라는 주제에 대한 원고청탁을 받고 나의 과거행적을 돌이켜보니,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나 자신의 彷徨歷(방황의 역사) 혹은 彷徨癖(방황하는 습관)이 주마등처럼 새롭게 스쳐가기 시작하였다. 아울러 지금까지 수많은 방황 속에서 살아왔으면서도 실제로 방황을 벗어나기 위한 진지한 성찰을 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대학에서의 전공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이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영문학과가 속한 인문계열에 지원하였다. 실제로 2학년 때 원하던 영문학과에 전공배정이 되었으나 영문학을 접해보니 매우 어렵고 예상했던 것보다 나에게 흥미를 주지 못하였다. 진로 때문에 고민하다가 3학년부터는 목표를 수정하여 외교관을 지망하기 위해 외무고시 준비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수험공부 중에 학생운동에 연루되어 국가고시자격을 박탈당하고 말았다. 이후 한동안 목표를 잃고 다시 방황하다가 앞날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당시 잘나가는 대기업 종합상사에 취업한 것도 결국 계속되는 나의 방황의 일부분이 되었다.

이후에도 나의 기나긴 방황은 계속되어 회사를 그만두었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시간을 벌고 경력에도 유리할 것 같아 대학원 경영학과에 진학하였다. 바로 이 시점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통해 회계의 세계로 나를 인도해주신 서울대 경영학과의 곽수근 교수님과 이정호 교수님을 만나면서 거의 20년에 걸친 기나긴 방황은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된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결코 늦은 일은 없다며, 이제 그만 방황하고 회계학을 제대로 공부해보라는 결정적인 은사님들의 권유와 격려가 있었기에 기나긴 방황에서 벗어나 마침내 지금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덕성여대의 인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강단에 서게 된 것이다.

만약 방황의 중간역에서 은사님들을 만나지 못하였다면, 지금도 나는 회계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덕성여대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매우 다른 모습으로 방황을 계속하면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나의 기나긴 방황 덕분에 대학전공과는 전혀 다른 회계학을 접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여러분도 대학생활을 보내면서 과연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가는 다양한 종류의 방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인생의 목표와 졸업 후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많이 방황하면서 동시에 후회도 많이 하게 될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변화가 빠르고 속도가 중요시되는 시대에는 가능하면 지름길을 바로 찾아, 방황하지 않고 목적지에 신속하게 도달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며 바람직하다고 모든 사람들이 충고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발견하고 도달하기 위해서는 (나처럼 도가 지나친 방황이 아니라면) 방황은 우리의 인생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여러분이 추구하는 목표나 가치가 전부가 아니며 아직도 여러분의 방황은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고 졸업 후에도 앞으로 더 많은 방황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러분처럼 젊은 시절의 방황은 좀 더 나은 미래의 삶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며 이것이야말로 바로 젊음의 특권이 아닐까?

송혁준(회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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