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황은 자유로운 사색이었다
내 방황은 자유로운 사색이었다
  • 성낙돈(교직) 교수
  • 승인 2007.06.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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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진학할 때 전공에 대한 목적의식이 뚜렷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사람과 사회에 대한 생각과 궁금증이 많아 문과를 택하였고, 이후 문과 편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나의 문과 편향은 교과서 공부와 교실 수업보다는 제멋대로의 책 읽기와 나만의 어학 공부, 그리고 자유롭게 사색하기에 시간을 더 많이 보낸 것에서 기인하는 바도 있었다. 그중 플루타르크 영웅전이 인상적이었다. 훌륭한 웅변가가 되기 위해 지하 움막에서 머리를 깎고 와신상담하며 웅변술을 연마하는 데모스테네스와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볕을 가로막지 말아달라고 하며 자존적인 철학자의 면모를 보이는 디오게네스의 이야기는 특히 여운을 남기는 것이었다.

한편 영어와 독일어 공부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이렇게 한 데에는 이후 꼭 다른 나라의 문화(당시에는 서구의 발달된 문화)를 공부하고 세계의 어느 나라 사람들과도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해보아야겠다는 강한 동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늘 외국 사람들과 소통하는 처지에 있다는 상황을 설정하고 혼자 회화 연습을 했다.

사색하기란 근사하지만 사실은 통학 시간에 혼자 걸으며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이것저것 내키는대로 생각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침저녁으로 만원 버스에 짐짝 실리듯 통학하는 것이 싫어서 집에 돌아갈 때 만큼은 한 시간되는 거리를 일부러 걸어가곤 했다. 걸으면서 하루일과도 정리했지만 무엇보다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게 된 것은 이러한 문과 편향의 요인과 더불어 일부 예상치 않았던 요인이 가해진 결과이다. 내가 입학할 때 서울대는 최초로 계열별 모집을 했다. 교양학부에서 교양과정으로 세 학기를 공부하고 2학년 2학기에 전공학과를 결정했다. 대학에 와서도 나의 공부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공식 수업 외에는 주로 도서관에서 관심 가는 책을 살펴보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깊은 인상을 준 것은 간디의 전기, 파스퇴르의 전기와 같은 것이었다.

교양과정을 거치는 동안 교육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인 교육학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여기에는 ‘기왕 공부를 하려면 제법 거창한 문제를 다루어보는 것이 근사하지 않겠는가?’라는 다소 엉뚱한 욕심도 혼재되어 있었다. 당시 고등학교의 카운슬러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배우 이효춘씨가 맡은 교사역할이 매력적이어서 ‘교육학을 공부해서 좋은 상담교사가 되는 것도 보람 있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이에 교육학과에 진학한 후 전공을 열심히 공부하였다. 또 나름대로 인간과 사회의 주요 측면에 대하여 폭넓게 생각하는 연습도 하게 되었다. 대학에서의 이와 같은 자유로운 사색과 공부는 이후 나의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자산이 되었다. 

학창 시절을 짧게나마 회고해보건대 젊음의 시절이야말로 삶의 방향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각과 동기, 역량과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다시금 자각하게 한다. 대학에서의 학창 시절은, 교실에서의 수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의 사색과 공부를 통해, 자신에게 숨어 있는 꿈과 힘을 발견하고 이를 이끌어내어 실현할 수 있는 계기와 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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