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에서 나를 만나다 - 재즈 색소포니스트 이정식(46세)씨
세상 속에서 나를 만나다 - 재즈 색소포니스트 이정식(46세)씨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7.08.25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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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아닌 다른 길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피아노 건반 위에서 손이 현란하게 움직인다. 피아노 반주 위에 콘트라베이스의 낮지만 강한 리듬이 포개지고 한 쪽에서는 드럼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 모든 소리를 기다리다  색소폰이 등장하며 멜로디를 완성한다. 그렇게 4개의 악기가 만들어 내는 흥겹고 감각적인 음악이 귓가를 울린다. 약 2시간 가량의 연주가 끝난 후 연주 때의 진지한 모습과는 달리 순박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재즈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씨를 홍대 근처의 한 재즈 클럽에서 만나보았다.

 


소년, 재즈를 선택하다

 

그는 시골태생으로 어려서 농사일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중학교 밴드부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와 음악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물론 중학교 시절에는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그저 음악이 좋아서 학교에 가방을 팽개쳐 두고 동네 뒷산에 올라가서 하루 종일 색소폰 연주연습을 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사춘기에 접어들고 잠시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고민은 며칠 되지 않아 일단락된다. “아! 색소폰이라는 악기로 먹고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음악과 함께 인생을 살고 싶다”라는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서울로 올라와 음악계에 뛰어들었다. 물론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지금이야 음악하는 친구들, 등에 기타 메고 다녀도 다들 멋있다고 생각하지. 그 때는 딴따라 한다고 창피하게 생각했어. 어른들은 할 짓 없을 때 음악 한다고 했었으니까 말이야”라며 그 때를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정식 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음악하는 사람을 우습게 보는 사회 속에서 그는 정말 인정받을 수 있는, 누구나 실력 있다고 봐 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고 그러던 중 아는 선배를 통해 재즈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화성과 리듬, 이론까지 3가지를 모두 갖춰야 하는 것이 바로 재즈였던 것이다. 물론 지금도 재즈를 연주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지만 그 때는 거의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그 틈에서 그는 재즈에 발을 들였다.

 


 

11년 인생의 동반자 All that Jazz

 

 

   
▲ 그의 인생의 동반자, Jazz

 

 

그의 인생은 한마디로 함축해서 ‘All that Jazz’다. 재즈연주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은가 라는 질문에도 그는 주저 없이 ‘음악이 아닌 다른 길은 생각해 본적이 없어’라고 답했다. 그런 그의 재즈 인생에 11년이라는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CBS의 라디오 방송 ‘올댓재즈’이다. 재즈가 널리 퍼지지 않았을 때 매일 재즈방송을 내보낸다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방송을 이제껏 끌고 온 지금 “재즈를 연주할 수 있는 무대를 많이 제공했다는 것과 외국에서 재즈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온 실력있는 연주자들을 표면으로 끌어 올렸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 예를 들어 재즈가수 나윤선처럼 말이야”라며 기분 좋은 자찬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역시 개인적으로 ‘올댓재즈’ 방송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재즈계 소식과 음악을 더욱 많이 접하게 되면서 재즈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당신에게 있어 재즈는 무엇이냐고 묻자 한참을 고민하더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답이 변해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현재 그에게 재즈는 ‘자신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연주를 하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서 음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성격이 급한 사람, 느긋한 사람, 호소력 있는 사람과 감정의 폭이 넓은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 만큼 소리도 다양하다. 그것이 그의 일생을 사로잡은 재즈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모두가 걸어가는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책임과 용기가 따른다. 그리고 남들의 시선을 견뎌내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갈 힘이 필요하다. 혹여나 취직이라는 길에 가로막혀 음악을 하고자 하는 꿈을 꺾을지 모를 친구를 위해 이정식 씨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어떤 사람을 완전히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믿음을 주어야 하듯이 음악 역시 주저하지 말고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지.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굳은 각오가 있다면 길이 보일 거야”라는 그의 마지막 말이 이 글을 읽을 ‘어떤’친구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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