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노동자, 우리는 직장인?
'그'들은 노동자, 우리는 직장인?
  • 양가을 기자
  • 승인 2007.09.08 2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자 다시 바라보기 위한 시각 필요해
 

거리에 수많은 여성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달 수입 80만원, 0개월 계약서 그리고 살기 위한 처절한 생존권. 거리의 여성들은 외치고 있었다. "인간을 쓰레기 취급하는 부당해고, 즉각 중단하라!" 지난 해 11월 비정규직법안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6월 이랜드-뉴코아에서 일하는 천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계약해지 되었다. 이로써 '이랜드 사태'라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이랜드 사태는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비정규직 57.1%…우리의 이야기 

2005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는 855만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57.1%에 달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은 언제든지 ‘우리가족의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민과 언론의 시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만큼 크고 뜨겁지 못하다.

언론매체들은 강남점 포함 6개 지점 직장폐쇄, 뉴코아 앞 투쟁 소음, 점주들의 피해를 표제로 다루며 눈앞에 보이는 피해만을 일제히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보도를 접한 많은 시민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투쟁의 단편적인 면만 알게 되고 왜 그들이 투쟁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잊게 된다.

 

한국진보연대 이상윤 비정규노동국장은 "처음 투쟁을 시작했을 때 참 안됐다는 식의 동정과 귀찮게 한다는 식의 불만도 함께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투쟁과 불매운동을 한 결과 자체 여론조사에서 시민의 70% 지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현재 나쁜기업 이랜드 불매운동에 총 742개 단체가 함께 하고 있으며 불매 포스터, 버튼, 스티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이랜드 사태를 알리고 있다. 이상윤 국장은 "많은 사람들이 나의 문제를 정작 나의 문제로 보지 못하고 있다. 취업대란, 대학등록금 인상 역시 비정규직 투쟁과 그 근본은 같다"며 노동자 의식의 부재를 지적하였다.

 

먼 산으로 가는 우리의 노동교육

흔히들 ‘노동자’라고하면 힘들고 막일을 하는, 옷에 기름때를 묻혀 가며 일하는 단순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교수, 의사, 공무원 할 것 없이 모두 노동자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노동자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노동교육의 부재이다.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은 "외국의 경우 사회 교과서의 1/3이 노동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프랑스 같은 경우 <단체교섭전략전술>과 같은 과목을 가르치기도 한다"며 많은 나라의 학교에서 노동자들이 그들의 권리를 박탈당했을 경우 되찾을 수 있는 실질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체계 안에서 노동자와 투쟁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전무하다.

 심지어 교과서에서는 파업과 같은 노동자의 단체행동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드러내는 등의 왜곡된 내용이 담겨있다. 그 예로 고등학교 <사회·문화>(대한교과서, 187p)교과서에서 노동자들의 집회사진에 "산업화되면서 우리사회는 이와 같은 혼란을 겪어왔다"고 서술하고 있다. 

 

비정상적 근대화, 노동자 의식 마련 못해 

왜 우리는 노동교육을 받지 못하는가? 이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역사성에 기인한다. 일제 식민지와 광복 후 분단을 맞이하게 된 우리나라는 친일파 세력이 언론, 기업 등 주요직을 맡으며 '노동자를 쥐어짜야 기업이 잘 된다'라는 왜곡된 자본주의를 키워나갔다.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근대화는 스스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사용자와 노동자의 의식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시켰다.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을 노동자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빼앗아버렸다. 하종강 소장은 “실제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99%는 회사와 대립 없이 조정하며 1%만이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투쟁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그 1%만 보고 노조와 노조의 활동에 대해 논한다”고 말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시각이 왜곡된 역사 속에서 키워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노동자와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는 일은 사회가 건강해지고 발전하게 하는 일이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와 그 토대를 마련하는 기업 그리고 노동자와 기업을 감싸 안는 정부가 만들어 내는 사회는 분명 아름다운 사회일 것이다. 노동자는 또 다른 우리의 이름이다. 이제 그들을 향한 뜨거운 시선이 필요할 때이다.

양가을 기자

rkdmf214@duksung.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