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사람 부럽지 않은 배우 한 명과 관객이 하나 되는 시간
열 사람 부럽지 않은 배우 한 명과 관객이 하나 되는 시간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7.09.08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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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에 날개 달기 '염쟁이 유씨'의 배우 유순웅(45)씨

 

대학로 두레홀 2관은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북적이기 시작했다. 젊은 남녀 뿐만이 아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는 남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그들은 공연장에 앉아 있는 동안 유씨의 말투에, 손짓에 울고 웃는다. 1인 15역을 거뜬히 해내는 ‘염쟁이 유씨’의 유일한 배우 유순웅씨를 만나보았다.

 

- 관객층이 상당히 다양하다. 후기를 읽어보니 부모님과 함께 온 학생들도 상당히 많았다.

다양한 관객층을 흡수하는 ‘염쟁이 유씨’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염쟁이 유씨’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와 동시에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재자체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것이 매력인 것 같다. 그 점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왔던 학생들은 다음번 공연 때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도 하고, 부부가 관람하러 왔다가 그 다음에 자녀와 함께 다시 오는 경우도 있다.

 

- 장기공연이고 관객 참여형 연극이다 보니 공연 중에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다.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때때로 공연을 보러, 연극을 보러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즉, 현실이라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할아버지께서는 공연 중간에 일어서서 ‘내가 아는 염의 순서와 니가 아는 염의 순서가 다르다’며 따지기도 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이게 지역마다 다르다는 식으로 넘겼던 기억이 난다. 또 기자 역을 맡는 분 중에는 절을 시키자 단상에 신발을 벗고 올라와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절을 하며 함께 울어주신 분도 있었다. 소주에 멸치안주가 모자라자 자신의 가방을 꺼내들더니 시골에서 멸치를 가져왔다며 잔뜩 꺼내주신 분도 있었고.

 

   
▲ 죽음에 관한 이야기 이지만 결국 삶을 이야기한다.

 

- 연극무대가 아닌 곳에서도 공연을 했다고 들었는데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

병원영안실이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다. 영안실이라는 공간 자체가 원래 이 연극에서 보여주는 염을 하는 곳이 아닌가. 사람을 살리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죽음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에 병원 직원들과 관계 업종 분들을 위해서 공연을 하였다. 중간 중간 상주분들도 와서 공연을 같이 봐 주셨다. 그 날 공연은 좀 더 조심스럽고 정성들여 했던 것 같다.

 

 

- ‘염쟁이 유씨’는 유순웅을 위한 연극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당신을 위한

   
▲ 공연 중 그는 10명이 넘는 사람으로 변한다.

맞춤 연극이다. 혼자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가?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부담감은 지금도 남아있다.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곧 단점이다. 그래서 시작을 향한 발걸음을 쉽게 내밀기가 어려웠다.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그래도 이렇게 발을 떼고 이 자리까지 오고 나니 후회는 없다.

 


 

 

 

- 이력을 보니 연출과 출연을 막론하고 전천후로 활동하는 것 같다. 또 연극공동체 두레의 대표도 맡고 있다고 들었다.  두레는 어떤 집단이며, 어떤 내용의 극을 추구하는가?

먼저 두레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탈춤과 소리와 같은 우리 것을 기초로 하는 창작 집단이다. 물론 대표로 있기는 하지만 구성원들이 다함께 운영하고 다같이 작품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대표라는 이름은 명목상이라고 하는 편이 맞다. 지금 당장은 ‘염쟁이 유씨’후에 어떤 연극을 할 것인지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 것’의 요소가 들어간 연극임은 분명하다. 현재의 상황만을 다루는 연극, 무작정 사랑이야기나 화려함만을 생각한 연극보다는 다양성이 느껴지는 연극을 하고 싶다. 모노드라마는 이번에 처음 했지만 앞으로 모노드라마를 통해 삶이 담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마지막으로 연극을 하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자신만의 독창성을 가진 생각과 창의력은 여러가지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연극을 하고 싶다면 ‘인생의 맛’을 알 수 있는 체험을 하길 바란다. 여행도 좋고, 공연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는 것 역시 추천한다. 목표를 가지고 한발 한발 다가서다 보면 아마 원하는 자리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물론 연극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익히 들은 이야기겠지만 ‘배 곯는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들어섰다면 상업적인 성공을 떠나 스스로 표현해냄 자체의 만족을, 내가 하는 작업 자체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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