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라는 시대 변화의 의미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이 시대의 산물은 아마도 인터넷과 휴대폰일 것이다. 필자가
중국 오지 여행 중에 본 운남성 산골 마을의 한 농군의 모습은 변화가 전 지구적 범위로 일어나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심하게 때에 전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와 통화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다가올 전 지구적 문화변동의 폭이 우리의 예측을 뛰어 넘으리라는
생각에 잠시 전율을 느꼈다.
이제 ‘세계는 하나’라는 슬로건은 정치 경제적 구호가 아닌 디지털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필연적인 우리네 삶의
환경을 설명하는 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기술적으로는 이미 인터넷 정보가 휴대폰을 통해 전달되는 그러한 시대를 살고 즐기는 우리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그 생각과 행동에 있어서는 오히려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부분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잘못된 교육정책과
병적인 사회구조에 그 원인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려는 젊음의 패기와 의지가 여기저기서 분출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대학의
구성원은 그 전공과 위치에 관계없이 그 시선이 항상 미래를 향해 있어야 하고 주위를 둘러봄에 그 안목이 세계적이어야 한다. 이 말은 물론 우리
모두가 세계적 규모의 거대한 일에 매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세계화의 진정한 목표는 그 일이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공적인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국제적인 안목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을 것이다.
아무리 급하게 부모나 선생이, 아니 이 사회 전체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몰아대도 잠시 숨을 돌리고 돌아보자. 혹시 그들의 요구가 시대에 뒤떨어진 이기적인 욕구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더구나
10년 쯤 뒤에는 후진국에서도 인기가 없을 직업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필자는 디지털 네트워크 문화가 성숙되면 될수록 우리 모두는 인간사회가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발전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게 될 것이며 지금의 젊은이들은 앞으로 그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병적인 경쟁의식과 천박한 물질주의에 기초한 사회 인식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며, 오래 진행되도록 그대로 두어서도 안 된다.
변혁의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한 비인간적인 세계관에 기초한 미래설계가 우리 덕성인들에게 강요되어서는 곤란하다. 작은 선행도 세계시민적 관심
속에서 행하고 자신의 미래설계에도 인류애가 스며들어가 있는 따뜻한 21세기 뉴 파워 덕성인의 세계화 의식을 기대해 본다.
주간 허인섭(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