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머물다]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 덕진진에 가다
[걷다머물다]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 덕진진에 가다
  • 임지영(영어영문 2)
  • 승인 2007.09.2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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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조선시대 말 병인양요로 기억될 만큼 우리에게 역사적인 유적지이다. 또한 나의 이모내외가 살고 있어 종종 들르는 친근한 고장이기도 하다.


내가 찾은 장소는 강화도의 역사에 걸맞는 덕진진으로 조선시대 강화도를 지키는 12요새 중 한곳이다. 처음 덕진진을 찾은 것은 철없던 중학교 수학여행 때였다. 당시에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신비로운 마니산의 참성단(塹星壇)에 넋을 잃어 소소한 덕진진은 기억에 남지 않았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 기억을 되살려 다시 찾은 덕진진에는 소소함을 뛰어넘는 고대 요새의 당당함이 서려있었다.


강화도가 고향인 이모부의 설명을 들으며 숨이 차오르는 덕진진의 오르막길을 올라가다보니, 강화를 지키는 수군들이 고려시대의 몽골과 조선시대의 프랑스군에 대항하여 얼마나 힘겹게 싸웠을지 상상이 되었다. 지금도 언제든지 적함을 향해 불을 내뿜을듯한 거대한 포대가 줄지어 서 있었고, 포가 날아갈 방향에는 무엇이든 삼킬 듯한 기세로 서해바다가 거세게 소용돌이 치고 있어 당시 전투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실제로 적군이 강화도에 발을 딛기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는 바다 때문이라고 하니 서해바다에 새삼스레 공포심이 느껴졌다.


포문을 형성하고 있는 잘 다듬어진 벽돌 하나하나에 고대 장인들의 땀이 서려있는 듯하여 자꾸만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바늘하나도 통과할 틈 없이 잘 맞물려진 돌벽들이 거센 소용돌이로부터 나를 지켜주고 있는 느낌마저 들어 성 벽을 쌓은 장인정신이 시대를 뛰어넘어 와 닿았다.


오르막길에 이어 내리막길의 계단 백여개를 내려오니 호수 하나가 호젓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서해 쪽으로 난 작은 수문을 통해 바닷물이 흘러들어오고 있었고, 한가로이 숭어를 낚는 낚시꾼이 너 덧명 서있었다. 마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을 보는 듯 했다. 전쟁을 떠오르게 하는 요새와 여유있는 낚시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부조화속에서도 조화를 찾은 듯 어울려보였다. 역사와 여유를 모두 느낄 수 있는 이러한 풍경이 내가 덕진진을 다시 찾은 이유이다.


덕진진 가까운 곳에 위치한 초지진에는 적함의 포에 맞은 소나무가 아직까지 보존되고 있어 당시 격렬했을 전투를 실감나게 했다. 강화도는 잘 보존되어있는 유물들과 개발되지 않은 자연환경이 수도 없이 많은 지역이다. 때문에 전등사를 비롯한 수십 점이 넘는 지정문화재들이 있어 관광할 곳도 많다. 덕진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가 여유로운 호수 때문이었다면, 수많은 돈대를 비롯한 다른 문화재들에는 더 많은 풍경이 기억에 남으리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더리미로 가서 맛본 장어구이 또한 일품이었다. 이러한 것들이 나로 하여금 강화도를 다시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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