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대한민국 통통녀로 살아가기
[기자석] 대한민국 통통녀로 살아가기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7.10.27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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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그야말로 44사이즈 전성시대다. 66이나 77또는 88이라는 사이즈가 있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날씬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인터넷 광고는 44사이즈가 아닌 사람들을 다그친다. '1인치라도 더 날씬하게'라는 문구는 이제 너무 흔하다. 인터넷 홈쇼핑의 문구는 웃고있다. ‘통통녀 가족분들도 걱정하지마세요(55사이즈까지)’라면서.


얼마 전 한 케이블 방송에서는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약간 뚱뚱한 여성과, 44사이즈의 몸매를 가진 여성이 각각 가게에 들어섰을 때 점원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모델이 처음 자기 몸 상태로 들어섰을 땐 점원들이 앞 다투어 그녀에게 옷을 권해주지만 그녀가 옷을 잔뜩 껴입고 모자에 분장을 하고 들어가자 그녀에게는 아무도 옷을 권해주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가 집어든 옷을 보더니, ‘이건 손님한테 안 맞을 텐데, 앞으로 다른 분들도 입어보셔야 되니까 늘어나면 안되요’라고 답했다. 이것뿐이 아니다.


작년 취업 면접 시 60kg 후반대의 몸무게를 가진 한 여성은 취업 당일날 면접관들에게 창피를 당했다. 사람들이 다 인정하는 좋은 대학에 좋은 성적을 가졌지만 서류면접에서 계속 떨어졌던 그녀가 처음 보는 면접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던져진 첫 질문은 '살 뺄 생각 없어요?'였다. 그녀는 그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10kg가까이 감량한 끝에 올해 취업 면접에서는 합격하였다. 물론 그것은 그녀의 자신감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정부분 외면적인 것이 작용했음도 무시할 수 없다.


몸만들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사회의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요가와 필라테스는 여성들의 생활이고 헬스장과 수영장, 재즈댄스 학원은 이제 빼먹을 수 없는 코스이다. 50대의 아주머니들도, 80세 가까운 할머니들도 매일 아침 운동장과, 근처 산길을 뛴다. 대한민국에서 통통녀나 뚱뚱녀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하지만 다시 한 번만 생각해보자. 미의 기준은 모두가 다르다. 물론 누구나 한 번쯤 날씬하게 잘 빠진 몸매를 상상하고, 높디높은 콧대를 꿈꾼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한 어린연예인의 사진에 ‘쇄골뼈가 이상하다’는 댓글에 계속 올라오자 그 밑에 한 사람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대한민국, 이제는 얼굴, 몸매에 이어 뼈까지 예뻐야 살 수 있구나’. 더 이상의 이런 의미 없는 미의 추구는 무의미하다. 44사이즈가 아니고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의 통통, 뚱뚱녀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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