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한수산 필화 사건
[시사터치]한수산 필화 사건
  • 승인 2007.10.2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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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갓 입학한 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한수산님의 장편소설 ‘가을꽃, 겨울나무’(1988년작)를 만났다. 감각적인 제목만큼이나 이 소설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신문이나 잡지, 혹은 인터넷에서 지나칠 때 한번쯤은 눈길이 머무는 이름, 한수산. 그런 한수산 작가가 지난 26일 중앙일보 1면 정치면에 이름을 올렸다.

국방부 과거사위가 1981년 5월 중앙일보 연재소설 ‘욕망의 거리’(작가 한수산) 필화사건에 대한 ‘신군부의 언론통제사건 조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소설의 한 부분이 전두환 대통령의 탄광촌 순방을 비유해 ‘불신감’을 조성하고, ‘군(경), 민, 간을 은연중 이간시킨다는 이유로 한씨와 중앙일보 기자들은 보안사 지하조사실에서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당했고, 그 일로 함께 연행되었던 박정만 시인은 고문후유증에 시달리다가 88년 9월 사망하였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읽고 싶은 부분만 읽은 군사정권의 독단이 결국 이 글이 문학적 창작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채 정치적 잣대로 보아 역사적 비극을 연출한 것이다.

논어 위정편에 “배우기만 하고 사색하지 않으면 어둡고, 사색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라는 말이 있다. 이 가을 사색의 힘이 위대해지는 계절,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동굴의 우상’에서 벗어나 민심을 읽는 배움과 사색의 힘을 발휘했으면 한다.

원행미(91년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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