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극적인 인물의 극적인 성장기
가장 극적인 인물의 극적인 성장기
  • 오정연 (씨네 21기자)
  • 승인 2007.11.03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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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제목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감독 : 월터 셀러스
출연 :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체 게바라는 남미의 영웅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멕시코로 망명한 뒤 쿠바혁명을 성공시키고, 콩고혁명과 볼리비아혁명까지 관여했던 그는 스스로를 남미인이라고 불렀다. 그가 아직 에르네스토라는 본명으로 불리우던 시절은 젊은 게바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역시 남미의 영화다. <중앙역>으로 이름을 알린 월터 살레스 감독은 브라질 출신이고, 체 게바라를 연기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은 멕시코생이며, 이후 <브로크백 마운틴> 등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음악감독 구스타보 산타올라야는 아르헨티나인이다. 남미 곳곳에서 몰려들어 만들어낸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스탭들은 영화제작을 통해 ‘하나의 대륙, 하나의 민족’이라는 체 게바라의 이념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T셔츠를 비롯하여 머그컵에까지 등장하는 체 게바라는 지구 반대편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혁명가라기보다는 차라리 록스타에 가깝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의 생생한 전설을 극영화로 옮기는 것은 여전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이에 제작진이 택한 방식은, ‘체’가 아닌 ‘에르네스토’를 그리는 것이었다. 혹은 풋풋한 젊음이 ‘더이상 예전의 내가 아닌’ 자신을 발견하고 혁명가로 거듭나기 직전까지를 따라잡는 것이었다. 관객은 이로써 20세기의 가장 극적인 인물의 극적인 성장을 지켜보게 된다.


인생은 종종 길에 비유되고, 숱한 로드무비는 성장영화로 마무리된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도 비슷한 길을 간다. 1952년 1월, 스물셋의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와 스물아홉의 생화학도 알베르토 그라나도가 포데로사라는 이름의 구식 모터사이클을 벗삼아 길을 떠난다. 산만한 짐을 싣고 흙길을 달리던 철없는 이 청년이, 그로부터 7년 뒤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을 성공시키게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그 사이에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페루를 가로지르는 이들의 여정이 있고, 땅을 잃고 일자리를 찾아 광산으로 향하는 빈민, 침략의 상흔으로 가득한 고대도시의 인디오, 정글 한가운데의 나환자촌과의 만남이 있다. 설레는 첫사랑의 애틋한 이별도 있다. 이 모든 소소한 실수와 평범한 깨달음이 위대한 혁명가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하는 관객들을 위해 마련된 결정적인 계기는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맞닥뜨리는 게바라의 생일. 자신이 꿈꾸는 남미의 미래를 이야기한 그는 정상인과 나환자를 가르는 아마존 강에 뛰어들고 헤엄쳐 반대편에 도달하는데 성공한다. 언제나 민중의 곁에 있고 싶어했던 체 게바라는 그렇게 다시 한번 전세계의 민중을 만났다. 박제된 영웅이 평범한 우리와 같은 젊음을 공유한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극영화의 기승전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과장되거나 희생된, 혁명가의 평범하고 사실적인 면모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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