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로 다시 보는 우리시대 복고
원더걸스로 다시 보는 우리시대 복고
  • 김헌식(문화평론가)
  • 승인 2007.11.03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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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의 전통화에는 문화의 미래가 있다


   복고(復古)는 말 그대로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흔히 대중문화에서 복고는 오래전에 익숙했던 패션이나 노래, 춤, 방송 프로가 다시 등장하는 현상을 말한다. 복고는 영원한 테마라는 말이 있다. 유행은 항상 돌고 돈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을 떠올려 보면 복고는 어쩌면 문화현상에서 공기와 같을지 모른다. 전문가 처지에서 복고 현상이 왜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늘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항상 복고는 있어왔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복고가 존재하고 있다 해도 유행하는 복고는 조금씩 다르다. 70-80과 80-90복고가 분명 차이가 있듯이 말이다. 80-90의 복고가 부각된 데에는 가까운 과거의 내용이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더 많은 소비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이 크게 작용했다. 복고를 선순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복고가 유행하는 이유를 다시 짚어야 할 것이다.


우선 과거에 대한 향수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한 상황이 과거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과거는 언제나 익숙하고 편안하다. 이러한 점은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빠른 사회일수록 두드러진다. 뭐가 뭔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복잡한 문화 현상은 익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과거 문화적 대상을 선호하게 만든다. 그 다음으로는 대안의 부재다. 다른 말로 하면 더 이상 만들어낼 ‘꺼리’가 없는 것이다. 아이디어 고갈, 혹은 컨텐츠의 결핍 현상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의 컨텐츠에서 대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 복고라는 이야기다. 이는 흔히 창작성의 부족이라는 질타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편, 문화적으로 수동적이었던 청소년들이 세월이 흘러서 문화 소비 주체가 되면서 자연스레 복고문화가 등장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면 90년대 초중반에 대학생이었던 이들이 지금은 사회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서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크게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 복고의 부활과 맥락이 닿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창작의 관점에서의 복고다. 창작의 관점을 논하는 이유는 복고가 예전의 것과 완전히 똑같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수들이 예전에 불렀던 노래들을 그대로 부르면 그것은 문화적인 퇴행이고 문화의 진화에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할 것이다.
70-80에 이은 80-90코드가 대중문화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많이 등장하고, 라디오 방송은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중반의 노래들로 채워지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라디오 스타’, ‘불후의 명곡’, ‘옛날-TV’라는 꼭지를 통해 예전 가수나 출연자들이 다시 출연하고 그 시절을 재연하는 내용이 방송되고 있다. 케이블 TV에서는 예전에 방영되었던 <사랑이 뭐길래>, <마지막 승부>, <M>과 같은 드라마를 다시 방영한다. 가요계에서 H.O.T의 ‘행복’을 슈퍼주니어가 다시 부르거나 그룹 다섯 손가락의 ‘풍선’을 동방신기가 리메이크 해 부른 것도 복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80-90 문화의 복고화는 대부분 재연이나 반복인 경우가 많다. 즉 과거에 대한 향수나 콘텐츠의 고갈 때문에 복고로 들어선 예가 많다. 단순히 디스코를 추고 뽀글파마를 하며 레깅스를 입는다고 복고의 진정한 의미가 나타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창작의 고갈, 아이디어의 소진에 따라서 과거에 눈을 돌리고 있는 점도 크다. 그러나 과거의 작품에 다시 주목하는 현상 자체가 잘못일 수는 없다. 일종의 대중문화의 전통을 형성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왕의 남자>를 만든 이준익 감독이 영화 <라디오 스타>를 만든 이유가 이와 관련된다. 이준익 감독은 한국 록계의 대부인 신중현의 마지막 전국 투어 공연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에 대중문화의 전통성 정립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록 스타의 이야기를 담은 <라디오 스타>를 만든 것이다. 대중문화의 전통성 확립은 일종의 빈티지 문화다. 즉 현대화된 전통이다.


한국은 대중문화를 소모적이고 오락적인 것으로 흘려버리는 경향이 있다. 과거의 노래와 춤을 차용하는 것이 한순간의 수단이나 눈요깃거리에 불과해진다. 한동안 인기를 끈 다음에 치워버린다. 이런 행태들이 반복되다보면, 한국대중문화가 축적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 등과 같이 대중문화가 전통성을 가지지 못한다. 또한 복고가 하나의 창작의 장르로서 확립되지 못하고 그냥 소모적으로 흘러가버리고 만다. 이렇게 되면 복고는 과거에 대한 향수나 컨텐츠의 고갈, 창작력의 소진, 대안의 부재 상황에서 수익을 벌기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복고는 단순히 과거의 재연이 아니라 과거가 현재를 통해 미래와 소통하는 것이다. 그것이 복고가 가진 창작적 가능성이다. 최근 가수 원더걸스는 10대 소녀들이지만 디스코와 파마, 줄무늬 레깅스 등을 통해 레트로(복고)코드로 80년대 코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아저씨에서 소녀들에게까지 폭넓게 인기를 끌고 있다. 촌스러우면서 촌스럽지 않은, 친근하면서도 경외감을 갖게 만드는 원더걸스는 복고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원더걸스는 사람들이 원하는 결핍 요소를 채워주는 복고이기에 현재 같은 주목을 받는 것이다. 그간 각종 외국의 음악들을 가져다가 음악적으로 승화시키지도 못한 채 쏟아낸 가요들이 대중들을 불편하게 했다. 또한 여자가수는 누구나 섹시코드로 승부를 걸며 사람들을 질리게 했다. 복고는 단순히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결핍되어 있는 부분을 채워줄 요소를, 다만 과거의 작품에서 찾아오는 것이다. 그것을 현재의 시점에 맞게 재창작할 때 다시금 무한한 문화의 저수지인 전통이 되는 것이다. 그 전통은 다시 미래 문화와 소통하는 자료가 된다. 그러나 80-90복고는 이 점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을 파악한 가수 원더걸스의 성공 사례를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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