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잠못자는 고딩과 2억원짜리 편입
[백미러]잠못자는 고딩과 2억원짜리 편입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7.11.03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교 이후 121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란다. 연세대 총장 부인이 대학 편입학 청탁과 관련하여 부정한 돈 2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 지 하루 만에 연세대 정창영 총장은 사퇴를 하였다. 학교 안팎으로 비판이 거세고 청와대와 교육부는 서울 소재 사립대의 편입학 비리 의혹을 조사하겠다며 칼날을 갈고 있다. 부패의 온상이 되어버린 ‘지성의 전당’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터질 게 결국 터졌단다.

사실 십여 년 전부터 사립대의 편입학 비리는 공공연한 사실처럼 존재해 왔다. 대학의 편입학 정원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그만큼 편입학 희망자들 사이에서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경쟁이 치열하면 돈 많은 자가 이기기 마련, 편입학을 둘러싼 부정한 청탁이 하나 둘 생겨났다. 실제로 90년대 말 경인지역 몇몇 대학에서는 편입학 부정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받은 교수가 구속되었고, 서울 시내 모 대학은 교수와 교직원이 대거로 연루된 부정 편입학 사건이 적발돼 재단이사진이 물러나기도 했다.

포털사이트에 뜬 편입학 부정 청탁 기사 바로 밑에 눈물 나는 기사 하나가 보인다. 한국사회조사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를 다룬 이 기사에 따르면, 입시학원에 다니는 전국 고등학생 10명중 7명꼴은 밤 10시가 넘어야 학원이 끝나고 12시가 넘어야 학원이 끝난다는 학생도 절반가까이나 된다고 한다. 대한민국 고등학생 열에 여섯은 수면부족을 제일 큰 문제로 꼽았고 약 70%가 수면시간이 평균 6시간 미만이라고 응답했단다. 새벽별 보며 집을 나서서 달빛을 맞으며 집에 돌아오는 고등학생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편입학 비리에 연루된 이들에게도 새벽 별빛과 늦은 밤의 달빛을 햇빛보다 더 자주 맞으며 반쯤 감긴 눈으로 학교와 집을 오가던 수험생 시절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검찰 조사가 끝나야 확실해 지겠지만 만약 2억 원짜리 부정 청탁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들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다. 잠도 못 자가며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수고하고 노력하는 대한민국 수험생에 대해 지독한 모욕을 늘어놓은 꼴이다.  

오늘 하루도 수면부족, 햇빛부족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이 수천, 수만임을 떠올려보자. 그들이 원하는 건 성실하게 공부한 대가로 정당하게 얻은 대학합격의 기쁨이지, 결코 2억 원에 오고가는 입학증서 한 장이 아니라는 걸 부디 알아줬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