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여건 고려하지 않은 대학평가 의미없어
[사설]대학여건 고려하지 않은 대학평가 의미없어
  • 사설위원
  • 승인 2007.11.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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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언론기관에서 주관하는 두 가지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는 2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후자는 일반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에서 고유한 가치가 있다. 공통적으로 대학에는 경쟁력 강화와 질적 성장을 유도하고 교육수요자에게는 좋은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능이 크다고 할 것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고등교육인구의 국제적 이동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2005년 OECD와 UNESCO에서 고등교육의 질 보장에 관한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을 고려할 때, 대학평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평가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극단적으로 대학평가를 거부하는 움직임까지 생겨나는 것은, 평가 기준의 객관성과 타당성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 때문이라는 점을 적시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대학의 목표나 현실에 대한 배려가 없는 획일적 평가라는 문제가 있다.

모든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규모 종합대학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대학도 있고, 학부와 대학원을 모두 갖춘 연구중심 대학이 있는가 하면 학부 교육에 중점을 두는 대학도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대학평가에서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의 하나가 ‘교수들의 연구 실적’인데, 연구중심 대학과 교육중심 대학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전혀 타당한 평가 방법이 아니다.


언론기관 평가에서 높은 가중치가 주어진 ‘국제화 정도’라는 평가항목에 대해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교수의 비율, 외국인 학생의 비율, 영어 강좌의 비율 등을 수치화해서 평가하는데,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들이 이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과연 대학의 질적 성장이나 내실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 항목이 긍정적 효과를 내는 경우는 세계적 명문대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부 대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닐지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외국의 저명한 교수를 초빙할 수 있는 대학이 얼마나 있는지, 한국인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영어로 이루어지는 수업에서 얼마나 만족스러운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대학평가의 문제점은 다양하게 지적되어 왔다. 대학평가의 순기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획일적으로 계량화된 평가 기준과 과정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바라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인식하는 것이 평가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학 구성원이나 대학을 바라보는 일반인들도 평가 결과로서의 숫자에만 휘둘리지 말고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한 축으로서의 대학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함께 걱정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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