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겨울에도 성미산 마을은 36.5℃라 훈훈해요”
“쌀쌀한 겨울에도 성미산 마을은 36.5℃라 훈훈해요”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7.11.19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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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나를 만나다] 마포희망나눔 사무국장 설현정(32)씨


성냥갑 모양의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현대인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삭막하기 그지없다. 고층 아파트와 넓은 단지에는 몇 천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옆집 사람 얼굴만 알아도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여기 아직 훈훈함이 전해지는 마을이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작은산인 성미산 자락에 터잡고 있는 ‘성미산 마을’이 그 곳이다. 그리고 성미산의 훈훈함을 지키는 그녀가 있다. 성미산 마을 속 마포희망나눔의 사무국장 설현정(32)씨가 그 주인공이다.

 

 

 

소소한 행복이 모여 따뜻한 성미산 마을
올해는 설현정씨가 성미산 마을로 이사 온 지 5년이 되는 해이다. 성미산 마을로 특별히 이사 온 이유를 묻자 “결혼 후 싼 전셋 집을 찾다갚라며 말하는 그녀 참 털털하다. 설씨는 청년회 활동부터 장기수들을 후원하는 단체활동 등 사회운동을 해 왔다. 그러던 중 여성 노동자들을 위해 운동하던 분의 병간호를 맡게 됐다. 그 때 지역운동 중인 한 선배가 넌지시 말했다. “함께하자. 성미산으로 오는게 어떻겠니?” 그렇게 그녀는 성미산 마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성미산 마을’은 1994년 성산동 지역 주민 10여명이 시작한 공동육아사업을 시원으로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진 마을이다.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아! 참 좋다. 따뜻해.” 성미산 마을의 첫 느낌을 설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가 이사온 2002년 12월은 2001년 초부터 시작돼 2003년 10월까지 이어진 ‘성미산 배수지 반대투쟁’이 한창인 시기였다. 물론 그녀도 이 투쟁에 빠지지 않았다. “성미산 투쟁을 하면서 성미산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어요. 새 소리, 나뭇잎 하나. 그리고 이 산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던 나에게 성미산이 점점 소중하게 다가왔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지역 주민들이 소소한 것들로부터 얻는 행복을 지키기 위한 생활운동이 그녀는 참 고맙다고 했다.

내 아이가 닮아도 좋은 성미산 마을
설현정씨의 주된 활동은 마포 희망나눔에서 일어난다. 독거노인 가정에 반찬배달도 하고 겨울이 되면 김장 봉사도 한다. 오는 25일도 ‘1+1 김장 대작전’이라는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조직 이름대로 희망을 나눠 주는 일을 하다보니 감동적인 에피소드도 있다. 하루는 5살 난 아들을 데리고 마을축제 회의를 위해 사무실에 갔다.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아들에게는 과자 한 봉지를 쥐어 줬다. 그런데 아들이 회의자들의 자리마다 고사리 손으로 과자 서너개씩을 올려놓고 있었다. 엄마와 가끔 독거노인들을 위한 반찬배달을 따라가서였을까? 아들은 벌써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엄마로서 가슴이 뿌듯해 감동이 밀려왔다고 한다.

또 한 날은 희망나눔 활동을 같이하는 선배가 말하길 “아무래도 우리 아들이 날 은근히 존경하는 눈치야”란다. 그녀는 우스갯소리이려니 했는데 선배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가슴이 벅찼다고 한다. 선배의 아들이 학교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가 성미산을 지켰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여기서 행복하게 사는거야”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한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성미산 마을은 ‘언제나 훈훈함을 잃지 않을 것이다’라고 확신 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엄마를 쏙 빼 닮은, 성미산 마을의 따뜻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활동하는 마포희망나눔외에도 성미산에는 마을 공동체 의식을 가진 여러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 동네부엌(반찬가게)등이 그렇다. 2004년에 시작한 소모임 ‘멋진지렁이’를 중심으로 ‘생태 마을 만들기’ 활동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설현정씨는 공동체 생활에 대한 오해는 하지 말라고 했다. “공동체 마을이라고 무조건 똑같은 생활방식에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관계성을 맺어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라며 현대 공동체 마을의 진정한 의미를 정의했다. 설씨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영역을 보고 배워 내 자신의 성찰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성미산 마을의 매력으로 꼽았다. 


끝으로 요즘 이기주의계의 대표주자라는 불행한 감투를 쓴 대학생들에게 그녀는 “누군가의 손길이 존재하기에 자신도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내가 기분 좋게 걸어간 길 앞에는 그 길을 청소해 주신 분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주변인들을 살피고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타인과 36.5℃의 따뜻함으로 손잡으며 행복해 질 수 있다. 지금 성미산 사람들처럼. 그리고 그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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