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황은 [질주의 전주곡]었다
나의 방황은 [질주의 전주곡]었다
  • 정미숙(교양) 교수
  • 승인 2007.11.20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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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시절의 나의 학교는 무표정한 채로 팔을 벌려 나를 받아 주었고, 내게 학교는 아무런 의미를 부여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서울에서 가장 구석진 쌍문동에 적색 벽돌로 몸을 감고 웅크리고 있는 건물, 그곳이 내가 아침마다 눈을 비비고 와야 하는 대학이었다. 사실 나는 고 3 여름방학 동안에도 한 낮의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젤 앞에 앉아 줄리앙과 토르소를 그리고 있었다. 나는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완고한 나의 부친은 고등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딸이 미술 보다는 이과 분야의 전공을 택하길 간절히 바라셨다.

 

결국 대학의 자연계열에 입학하였으나, 타의에 의해 결정된 분야의 공부를 했기 때문에 강의실에 들어가 있어도 머릿속은 항상 “여기에 내가 왜 있지? 내 자리는 어딘가?”라는 생각으로 와글거렸고, 방황의 터널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1학년 가을학기에 나는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떠나야 할 캠퍼스를 둘러보았다. 그때 불현듯 내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어디에서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실패한 존재가 되지 않겠는가, 그래 내가 서 있는 이곳에서 도전해보자”

 

나는 식품영양학과를 택했고 2학년이 되어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이 처음 모였을 때 과대표를 하겠다고 스스로 제안하였다. 과대표를 하면서 학교에 대한 애착이 생기기 시작했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도서관에서 땀 흘려 공부하는 학부시절을 보냈다.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진 신의 축복, 나의 은사님이신 이미순 교수님의 지도와 격려 그리고 선후배와 동기들이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나는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조교를 하였고 마침내 식품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물론 굳은 결심으로 시작한 공부였지만 그 과정이 녹록하지 만은 않았다. 시련과 어려움을 치열하게 돌파해야만 했고, 대학 1학년시절의 방황의 기억은 그 때마다 나를 공부에 매진 할 수 있도록 채찍질 해주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의 방황은 질주를 위한 전주곡이었다. 우리 대학에는 오천여명의 학생이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어쩌다 보니 선택된 전공을 공부하고 있거나,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의 다양한 이유로 방황의 늪에 빠져 있다. 또는 방황을 죄악처럼 여기고 짜여진 틀에 몸과 마음을 맞춰 가는 비겁한 적응을 하고 있는 학생도 많다.

 

지구적 유목민(global nomad)이 되라고 강요받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사고의 유목민이 되어 진정한 방황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존재하므로 방황 할 수 있으나, 진정한 의미의 방황이 되려면 시작된 방황은 그 종결점이 있어야 한다. 방황을 과거로 돌려야만 우리는 그 결실로 미래를 향한 질주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감히 말한다. 고뇌하는 젊은이여 두려워 말고 미래를 위해 방황 하여라. 그 방황이 바닥에 다 닿았음을 감지했을 때, 진정한 출발이 시작된다. 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귀한 존재이다. 나의 방황이 진정한 방황이 되도록 정신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던 과거에 마침표를 찍어라. 목표를 설정하고 과감하게 성장하고 질주하여라.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찬란히 빛나는 덕성인 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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