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데이에 진압출동이라니. 신문을 빼꼼히 들여다보니 '사회적 안정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유감스러운' 집회가 열리니 10만 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11일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그 날 전국노동자대회는 정부의 무력진압 앞에서 처절한 폭력 시위대로 둔갑할 수밖에 없었다. 물대포가 난사되고 도심 상공에서는 헬기가 요란한 소리로 시위를 방해했다. 방패와 곤봉에 찍혀 다친 부상자도 발생했다. 최루탄만 없었을 뿐 과거 80년대 집회와 다를 바 없었다.
일제히 보수언론는 '언제까지 서울 도심을 폭력 시위대에 내주어야 하냐'며 펜을 놀리기 시작했다. 무력을 불사해서라도 강력하게 대응했어야 했노라고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불법 집회'를 열고 '폭력 시위대'로 변신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단결권과 표현의 자유를 공권의 힘으로 저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대회는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그들의 목소리를 굵고 강하게 내기 위해 열리는 장이다. 서울 한복판을 난리 블루스로 만들기 위해서 모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그 날 좀 더 나은 삶을 꿈꾸기 위해 모인 많은 노동자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채 내기도 전에 무력 앞에서 또 다른 무력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역사의 수레바퀴는 거꾸로 돌아가는 것일까. 신체의 자유를 보장받고 그 권리를 바탕으로 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 일이 시민의 기본권이라고 배웠거늘, 국민의 목소리가 공권에 의해 차단되고 매일 쏟아져 나오는 뉴스와 신문은 그들이 왜 그 자리에 모이려 했는지를 외면하고 있었다.
자유야말로 모든 특권을 유효하게 발효시키는 특권임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그들의 목소리가 무엇을 말하려 했던가를 모두가 기울인다면 공권의 힘으로 그들의 목소리가 무참히 짚 밟히고 왜곡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