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없이 돌아가는 아르바이트 시장
법없이 돌아가는 아르바이트 시장
  • 양가을 기자
  • 승인 2007.11.20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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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노동권 알아야
 

"3장씩 냅킨을 접어 손님께 드리라고 할 땐 언제고 사장이 갑자기 오더니 넌 그렇게 눈치가 없냐면서 조금만 사가는 손님한테 냅킨을 왜 주냐며 아르바이트생에게 온갖 트집을 잡기 시작하는거에요. 아,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정미미(가명․22세)씨는 학교 앞 ㄷ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씩씩 거렸다. 지금도 썩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노동인권보호 연대모임이 지난 9월부터 한 달 동안 대학생을 포함한 1,0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르바이트 경험 유무에 대해 응답자 80.5%가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중 70.4%가 근로계약서 작성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많은 대학생들이 '알바'를 하고 있다. 용돈과 학비를 벌기 위해 가끔은 과감하게 공부를 제쳐두고라도 알바를 강행하는 일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알바들의 세상에는 2만 달러 국민소득과 관련된 모든 논리가 정지된다. 법도 없고 인정도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알바시장에서 오늘도 청소년을 포함한 많은 대학생들이 뛰어들어 돈을 벌고 있다.

 

등록금이 절반이라면, 우리가 왜 아르바이트를 해?

매년마다 대학생들은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대학 등록금 인상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역시 재학생 등록금 인상률은 5~6%에 달했으며 국립대 같은 경우 전북대는 무려 29.4%,부경대는 28%,경북대는 17.7%를 인상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미 의학계열 학과의 등록금은 천 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학자금 융자 이자율을 낮추는 등의 미봉책에만 매달리고 있다.

소통과 혁신 연구소 조성주 연구의원은 “연간 등록금을 700만원이라고 생각했을 때 시급 3,480원 하는 아르바이트를 246일을 해야 벌 수 있는 액수다. 결국 대학생은 학생인가, 노동자인가 라는 어려운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고 말했다.

 

알 바 아닌 법의 사각지대 알바시장

2005년 3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과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5개 대학을 상대로 진행한 1차 상담과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에도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학생이 겨우 10명 중 4명꼴 이었다. 시간외 근로나 휴일․야간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못 받은 경우도 46%에 달하였다. 학생노동자 노동 상담사업의 상담내용 중에는 약 400만원 상태의 체불임금 상태에서 사업주가 변경된 사례, 약정 근무기간 위반이라는 이유로 삭감된 임금을 지급받았던 사례 등이 있었다.

현재 일반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양아무개(20) 씨는 “텔레마케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로 계약서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작성해본 적은 없다. 그 쪽에서는 나를 안 쓰면 그만이기 때문에 일일이 따지는 것이 어렵다”며 “현재 하루에 12시간 일하고 있지만 시급은 똑같다”고 전했다.

심지어 ‘꺾기’라 하여 일부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이 줄어드는 오후 3~4시에 아르바이트생을 나가 있으라고 하고 그 시간동안 임금을 제외하는 악질적인 아르바이트 착취를 하기도 한다. 당연히 지켜져야 할 노동권리가 알바시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게다가 대학생들도 아르바이트를 단지 ‘젊은 시절 용돈벌이’라고 여기거나 ‘정규 일자리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라고 치부하고 말아버린다.

 

아는 것이 힘! 알바생의 노동권을 찾아서

현재 노동운동 진영이나 단체들의 아르바이트 인권 보호운동은 일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장기적인 운동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운동 진영 내부 안에서도 아르바이트생을 같은 노동자로 여기는 연대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윤성봉 정책 연구원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체와 사회 모두 노동자 인식이 부족하다. 특히 아르바이트 집단의 경우 대규모이지만 산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통계를 내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전했다.

아르바이트생의 ‘노동착취’를 막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노동교육이다. 청소년의 아르바이트가 점점 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교과서에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이 있다는 사실만 기재되어 있다. 더 이상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사업자에게 노동교육을 필수화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윤성봉 정책 연구원은 “학생들끼리 아르바이트의 임금, 노동조건 등을 공유해야 한다. ‘이 곳이 좋다, 나쁘다’는 등의 정보를 수집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며 총학생회 등 학생단체들의 발 빠른 움직임을 촉구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김춘수의 ‘꽃’에서의 한 구절처럼 직장인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보호받아야 하는 청소년도 아닌 대학생의 노동권은 비로소 ‘불러 주었을 때’ 제 권리를 찾을 수 있다. 좀 더 똑똑한 대학생이 되기 위해 자신의 노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진정한 권리를 찾아 떠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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