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바람 타고 훨훨 날아간 교수님
정치바람 타고 훨훨 날아간 교수님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7.12.01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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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교수 증갉학사일정 방해, 학습권 침해 등 문제도

대선을 코앞에 둔 11월의 어느 날, 수도권의 한 대학의 경제학부 박 모 교수의 수업은 오늘도 휴강이다. 박 교수님은 지난 달 모 대선후보의 선거캠프에 참가를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에 뛰어들었다. 학생들은 정치에만 관심 있고 학생은 나 몰라라 하는 폴리페서 교수님이 야속하기만 하다.

폴리페서(polifessor)란 정치를 뜻하는 영어 ‘politics’와 교수를 뜻하는 ‘professor’의 합성어로 적극적으로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정책으로 연결하거나 그런 활동을 통해 정관계 고위직을 얻으려는 교수를 일컫는 용어이다.

정책자문가로 각광받는 대학 교수
일반적으로 폴리페서는 정치인의 자문을 담당하거나 정책 조언자 역할을 한다. 지난 7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천명이 넘는 교수로 구성된 정책자문단을 구성하여 눈길을 끌기도 하였다. 이 정책자문단에는 각계의 명망 있는 교수들이 정책자문위원으로 참여하여 이 후보의 공약을 점검하고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조성해 나가는데 큰 힘을 쏟았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선거법상 대학교수는 각종 정치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현직을 유지한 채 자유롭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유찬열(정치외교) 교수는 “인문사회 계열의 교수의 경우 이론과 현실을 접목시킬 수 있어 오히려 정치참여가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폴리페서는 일반적으로 자문역할을 담당하지만 깊이 관여되는 폴리페서의 경우 정치가와 정책을 함께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교수 개인이 학교생활과 정치 활동을 조절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학습권 침해받고 시간강사가 대신하는 강의실
그러나 단지 교수 개인의 정치활동 참여만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내로 눈을 돌려보면 폴리페서 교수님의 왕성한 정치 활동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학습권을 침해 받는 학생이 생겨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의 한 대학 교수는 정치활동으로 인한 잦은 휴강으로 수강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결국 이 교수의 수업은 긴급 투입된 시간강사에 의해 이뤄져 애초 교수의 강의를 기대했던 학생들을 실망시켰다.

이처럼 교수의 정치활동은 대학 내에 학습권 침해와 질 낮은 강의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가져 올 우려가 있다. 교수 자신이 교수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권력을 좇아 외부로 나가는 경우가 허다해 진정한 대학의 의미마저 퇴색시킬 염려가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교수가 정치 활동을 마치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문제는 마찬가지이다. 폴리페서는 일반 정치인보다 정치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자신이 지지하던 정치인이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학으로 돌아올 수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학으로 돌아온 교수가 곧바로 내실 있는 강의를 진행해 나가기는 어렵다. 그간 연구는 물론 강의를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강의실로 돌아와서도 질 높은 강의가 곧바로 이어지긴 어렵다. 

연세대 영문과에 재학 중인 한 모씨(22)는 “교수의 정치참여로 인해 학생이 학습권을 방해 받고 질 낮은 강의로 이어나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교수는 정치가의 선생님이기 이전의 대학생들의 선생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지극히 소수의 지식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교수가 자신의 이념적 지향이나 전문성과 상관없이 줄서기를 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피해를 보는 쪽은 학생과 국가다. 교수가, 지식인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거나 객관적 비판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때 그 사회, 학교는 병들고 만다”며 폴리페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개인이 아닌 대학의 차원에서 고민해야
교수의 정치참여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먼저 손에 꼽힐 정도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격인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맡았던 중앙대학교의 박범훈 총장은 끝내 학내외의 반대에 못 이기고 지난달 12일 캠프 위원장직을 사임하였다. 이처럼 교수의 정치참여는 크고 작은 문제를 떠나 대학내에 큰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편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도 보인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대선후보의 정책자문위원을 맡았던 서울 시내 K대의 권 모 교수는 “최대한 수업에 방해가 안 되도록 조절했다. 수업이 있는 날은 이메일을 통해서만 정책자문에 참가하였고, 밤을 새서라도 수업 준비를 하도록 했다”며 자신은 폴리페서이기 이전의 대학의 교수임을 강조하였다. 같은 정책자문위원회 소속인 모 교수는 학사일정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대학에 1년간 휴직을 신청한 후 정책자문위원에 등록하였다.

교수는 대학의 중심축이다. 교수로서의 본분을 잊은 무차별적 정치공세에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지향성 없는 정치판 줄서기가 아닌 사회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다함과 동시에 학생을 담당하는 교수로서의 역할을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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