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인권, 환경을 생각하면 건강은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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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시령 기자
  • 승인 2007.12.01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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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에서 나를 만나다]채식주의자 조상우(43)씨

‘우물쭈물 살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라는 묘비병으로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조지버나드쇼는 ‘나의 장례에 소, 양, 돼지, 닭들이 행렬을 이루게 해 달라. 그들을 사랑했던 한 인간을 애도하여 흰 스카프를 두르는 것도 잊지 말기를’ 이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렇다, 그는 평생을 채식주의자로 살아왔다.

그런데 사실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어딘지 모르게 까다롭고 깐깐한 별종인 사람으로 여기기 십상이다. 숯불갈비 냄새가 거리를 휘감고 연간 24만 톤의 삼겹살을 소비하는 대한민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사는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 고1 소년, 채식을 만나다
오후 6시 30분. 조상우씨는 한 손에 귤이 잔뜩 든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계단을 올라왔다. 채식을 한지 올해로 26년째.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다름 아닌 싱싱하고 맛있는 제철과일이다.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채식을 하게 되었어요. 공상하는 걸 워낙 좋아해 이것저것 많이 생각하던 시절이었죠. 근데 제가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 매우 심했어요. 그러다가 나랑 똑같이 생명이 있는 짐승도 죽음이 무서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조씨는 입을 열었다.
조씨의 말을 빌리자면 채식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 있다. 조씨는 “개인적으로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고기는 물론 우유, 계란, 심지어 벌의 노동력 착취라 하여 벌꿀도 안 먹는 비건이 있고 유제품까지 먹는 락토, 무정란인 계란까지는 허용하는 오버락토, 생선까지 먹는 페스코 등등이 있어요. 저는 오버락토에 해당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여러 모습이 있긴 하지만 생명을 함부로 해치는 것은 먹지 않는 것이 채식주의자들의 기본 생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고기를 먹고 싶었던 적은 없었을까. “저는 어릴 때부터 채식을 해서인지 못 먹어본 음식도 꽤 있어요. 햄버거도 못 먹어봤고, 비프스테이크는 물론 돈까스도 무슨 맛인지 몰라요. 사람들은 먹고 싶지 않냐고 묻는데, 풀 뜯는 소를 보고 맛있겠다, 먹고 싶다고 생각하진 않잖아요? 그냥 내가 먹을 음식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니 먹어보고 싶단 생각도 안 드네요”라는 조상우씨. 대한민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가 힘들 텐데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 채식은 기본
“1년에 5억 명 이상의 인구가 기아에 허덕이는데 세계 곡물의 1/3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된다고 해요. 소고기 1kg이면 사람 22명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대요. 게다가 가축의 배설물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로 인한 환경오염도 이루 말할 수 없죠. 햄버거 하나를 만들기 위해 5.5m²의 열대림이 파괴된다니 믿기세요?” 조씨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렸다. “처음에 채식을 할 때는 혼자만의 신념으로 채식을 하는 수준이었죠. 그러다가 녹색연합을 알게 되고 평화와 생명, 인권과 환경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현재 조씨는 본업인 출판사 일 외에도 녹색연합 활동과 초록당 활동, 각종 채식주의자 모임 활동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조씨는 채식은 음식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채식은 평화를 생각하고 생명과 인권을 생각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차원까지 영향력을 미칩니다. 모두가 조화롭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서는 채식은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 최대한 다른 이의 생명과 환경을 생각하자는 거죠.”

채식을 결심한 그대, 환영해요
그런데 이내 조씨가 불만을 털어놓는다. “대한민국은 아직 채식주의자를 위한 사회적인 여건이 좋지 않아요. 얼마 전에 싱가포르 채식협회장을 만났는데 전체 국민이 400만 명인데 채식전문식당이 300군데라네요. 천만인이 사는 서울에도 20곳 정도뿐인데요. 참 부럽고 좋아보였어요.” 조씨는 채식은 소수자들의 지향점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음식문화라고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 세계채식연맹과 국제 연대를 하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당활동을 통해 학교나 군대, 교도소 등의 집단배식의 개선과 관련한 정책제안도 계획하고 있다.

채식전도사 조상우씨. 그의 현재 제일 큰 희망은 채식을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채식을 시작하는 것은 대단히 환영합니다. 채식하면 다이어트에 아주 좋습니다. 뚱뚱한 사람은 날씬해지고 너무 마른 사람은 오히려 살이 좀 붙어서 보기 좋은 모습으로 됩니다. 채식을 하면 진짜 음식의 맛도 느낄 수 있고요”라며 연신 채식의 장점을 풀어놓는다. 이쯤 되면 내 몸에도 좋고 환경과 생명까지 생각하는 이 채식주의라는 것, 제법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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