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양 외국어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
[사설]교양 외국어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
  • 덕성여대신문사
  • 승인 2007.12.01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언어학자 Sapir와 인류학자 Whorf에 의해 제기된 이른바 Sapir-Whorf 가설에 의하면 인간언어에는 그 언어를 구사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세계를 보는 방식(세계관)과 사고하는 방식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러한가?
무릇 모든 언어는 사전과 문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사 이래 인류는 갖가지 사물과 현상에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런 명명행위는 말하자면 생각과 감정을 창조하는 행위로서, 사물의 이름이 환기하는 이미지가 생각과 느낌을 만들어 내고, 이것이 다시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의 명사, 예컨대 ‘눈’(雪)이 한국 사람에게 주는 이미지와 영어의 ‘snow’가 미국사람들에게 주는 이미지가 반드시 등가(等價)는 아닌 것이다.


또한 세계를 분할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다. 무지개의 색깔이 네 가지만 있는 언어도 있고, 심지어 세 가지로 설정된 언어도 있는데 무지개가 실제 네 가지나 세 가지 색깔로 보인다는 것이다. 즉 언어가 인간의 지각방식까지 결정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함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낙타를 지칭하는 어휘는 하나면 족하지만 낙타의 세세한 특징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사막의 대상에게는 수십 개의 어휘가 필요하다. 반대로 한국인에게 단백질을 공급해온 고마운 생선인 동태의 경우 명태, 황태, 흑태, 노가리 등 남북한 합하면 1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제 보다 중요한 차원을 살펴보자. 어휘를 결합하여 문장을 만드는 규칙, 즉 문법의 차원에서는 어떠한가. 무엇보다 먼저 인간의 실존에 직결되는 시간과 공간을 조직하는 방식이 개별언어마다 서로 다르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의사소통 차원을 훨씬 넘어 또 하나의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세계관을 획득하는 길이 되며 요컨대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외국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우리 대학에서 교양외국어교육을 두 학기에서 한 학기로 축소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와는 달리 수월성을 추구하는 학문의 세계에서 다수결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저간에 인문대 이외의 다른 단과대 학생들이 외국어를 부전공 내지 복수 전공을 해서 시너지효과를 십분 발휘하여왔다.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최첨단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사실 ‘제 2외국어’라는 용어 자체가 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유래한 것이다. 인식론적 관점에서 보면 여타 언어와 마찬가지로 영어도 인류문화유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영어는 기본이다. 그러나 거기에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우리 학교의 자랑스런 문명비평가 이원복 교수는 영어를 태평양에, 그리고 다른 외국어를 대서양이나 인도양에 비유하면서 “21세기의 경쟁력은 제 2, 제 3 외국어에서 나온다”고 갈파하고 있다. 외국어를 모르는 자는 모국어도 모른다는 괴테의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심오한 시사성을 지니고 있다. 교양 외국어 교육의 위상회복이 요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