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MUST HAVE_ 개별적 가치판단
문학, MUST HAVE_ 개별적 가치판단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7.12.01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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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신간 뭐 들어왔어요?” 혹은 “요즘 잘나가는 로맨스소설이 뭐예요?”라는 말은 주말 도서 대여점의 고유 언어이다. 순식간에 나가는 탓에 신간은 예약을 하고 순서대로 가져가지 않으면 대여조차 불가능하다. 자기계발도서와 칙릿의 인기도 대단하다. 네이버에서 집계한 11월 4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5권의 자기계발도서와 칙릿이 랭크되어있다. 실로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이다. 한국인 한 달 평균 독서량 1권이라는 통계는, 1달 평균 판타지 및 로맨스, 자기계발도서 대여 최대 250권 앞에 무색해진다. 그들이 읽는 문학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판타지, 보다 빠르게 보다 읽기 쉽게
1993년 이우혁의 <퇴마록>과 임달영의 <레기오스>가 하이텔과 나우누리에서 연재되며 인터넷 한국판타지문학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만 유통이 가능했던 판타지소설은 인터넷으로 퍼지며 접근성이 높아졌다. 이 접근성은 독자의 입장에만 서 있던 사람들이 직접 서술하는 작가로의 변화를 꾀하게 하였다. 사람들의 관심도와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인터넷 상에는 물밀듯이 소설이 올라왔다.


판타지 소설은 그 수에 대응하듯 ‘장르문학’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판타지의 평가는 여전히 ‘장르문학’으로서가 아닌 ‘장르소설’이라는 틀에 남아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리고 소설홍수 현상에 따라 현재 쓰여 지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 다소 가벼운 흥밋거리 위주의 소재로 사람들의 몰입도만을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견이 생겨났다.
인터넷 판타지 사이트 문피아의 한 작가는 “대여점 정도의 작은 시장이 유지되는 것만도 지금은 다행이다. 시장이 축소되며 일 년에 한 두 편 나올까 말까하는 대작보다는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이 출판사에게 이익이다. 이에 따라 출판사와 작가 모두 그런 글을 강요받게 되었고, 명작을 쓸 작가가 잘 해야 수작을 내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말로 현 판타지 소설의 조악한 완성도에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출판사와 작가 간의 ‘보다 빠르게, 보다 읽기 쉽게’라는 암묵적인 계약이 판타지의 완성도에 오점을 남긴 것이다.

 

N소설과 로맨스, 다른 뿌리에서 나온 자매
2001년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장르명; N소설)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2년 먼저 우리나라에 뿌리내린 것이 바로 로맨스소설이다. 흔히 할리퀸, 하이틴으로 대표되는 국외 로맨스소설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소비되며 ‘우리 것은 왜 존재할 수 없는가?’라는 물음으로부터 한국형 로맨스소설은 탄생했다.
물론 많은 로맨스 소설이 인터넷에서 연재되고, 그 인기에 힘입어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육체에 집착하는 서구적 로맨스소설에 대한 저항감과 우리나라 정서와의 부딪힘에서 시작된 로맨스소설은 N소설과 같은 ‘인터넷 파’지만 그 뿌리는 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이에 로맨스소설작가 김민씨는 “로맨스소설은 여성문학의 대표라고 생각한다. 여성은 희노애락을 제대로 즐기고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에 소설을 쓰면서도 그 감성적인 부분을 계속 염두하게 된다. 탄탄한 스토리, 원고지 1,500매 이상의 장편을 서술할 수 있는 문장력은 필수요소다. 또한 한 작품을 쓰기위해 하는 자료조사에 있어서는 여타의 문학 작가들과 다를 바 없다”며 로맨스소설이 결코 가벼운 문학 장르가 아님을 피력했다.
또 다른 로맨스소설작가 S씨는 “작가의 필력이나 철학,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학적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마치 ‘2007년에 발표된 소설들의 문학적 가치를 논하라’는 논제만큼 난해하다. 발표된 글은 모두 제각각이고 가치나 수준도 다를진대, 어느 것에 기준을 두고 논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 칙릿도서 '쇼퍼홀릭'

자기계발서와 칙릿, 이 시대의 종교서?!
<브리짓 존스의 일기>,<쇼퍼홀릭>등으로 대표되는 칙릿과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마시멜로우 이야기>등으로 요약되는 자기계발도서는 이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문학장르이다. 칙릿의 경우 흥미위주의 도시여성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고, 자기계발도서 역시 그 실효성에서 의문을 남긴다. 하지만 도서의 질보다 더 문제시 되는 것은 이 도서를 받아들이는 독자의 생각이다.
김태환(교양)교수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성공이 결국 삶의 의미의 최종 종착점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삶의 의미의 변화에 따라 자기 관리와 계발, 성공학 등에 관한 책들이 늘어났고 결국 그 도서들 이 시대의 문학이자 이 시대의 종교서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 생의 의미에 대한 최종적 대답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며 씁쓸해했다.


판타지와 로맨스소설 그리고 칙릿과 자기계발 도서가 분명 우리사회에, 현 출판업계에 빠져서는 안 될 장르문학임에는 틀림없다. 또 그만큼 큰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기 때문에 기존 문학계와의 다툼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다툼을 하기에 앞서 문학의 가치 기준을 내려 보고자 하면 어느 누구도 쉽게 손을 들고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문학의 가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주관적인 것일 뿐 객관적으로 정할 수 없다. 현재의 장르문학은 언제 또 다른 문학으로 교체될지 모른다.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독자들에게도 유동성 있는 문학의 개별적 가치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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