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 시티 오브 갓
[배낭여행] 시티 오브 갓
  • 오정연(씨네21 기자)
  • 승인 2007.12.0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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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시티 오브 갓
감독 :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출연 : 알렉산드레 로드리게즈
 
남미, 그 중에서도 브라질의 계급격차는 악명이 높다. 그곳에서는 슬럼을 ‘파벨라’라고 부르는데, ‘시티 오브 갓’이라는 역설적인 이름이 붙여진 브라질 최악의 파벨라는 천국 같은 휴양해변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한다. 320만명의 자국관객을 동원했고,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며, 전세계 42개국으로 팔려나간 뒤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수익을 거둔 영화 <시티 오브 갓>은 1960년대 초반 계획된 빈민도시가 30년 가까이 거듭하는 끝 모르는 타락을 스크린에 재현하여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2년전 개봉하여 지옥같은 현실을 묘사하는 경쾌하고 스타일리시한 화법으로 눈길을 끌었던 <시티 오브 갓>은 40년간 브라질의 백인 중산층으로 살면서 파벨라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던 CF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업종 전환 데뷔작이다. 시종일관 역동적인 핸드헬드와 점프컷이 이어지고, 삼바, 솔, 디스코 등 흥겨운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 생지옥을 방불케하지만, 어느 때고 음악과 춤이 빠지지 않는 흥겨운 삶의 터전 파벨라의 일상을 단숨에 보여주는 에필로그 장면은 그 단적인 예.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묵직한 힘은 순간순간 의혹의 시선을 던지게 되는 화려한 스타일이 아닌, 10년에 걸친 성실한 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소름끼치는 생생함이다. 영화가 의지한 동명의 원작소설은 실제로 파벨라에서 나고 자랐으나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존을 건 도약을 시도했던 작가 파울로 린스에 의해 쓰여진 300명이 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600페이지 짜리 방대한 논픽션이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만드는 제작진에게 유난히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주어지는 것은 운명이다. <시티 오브 갓>의 제작진 역시 주요 배역 전부를 실제 시티 오브 갓에서 직접 캐스팅하여 그들의 언어를 살렸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실제 장소를 촬영지로 택했으며, 촬영을 함께 한 소년들에게 촬영 이후에도 후원을 계속하는 등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개봉 당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던 룰라 대통령이 이 영화를 보고 공공복지정책을 수정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지니, 이들의 노력이 거둔 성과는 제법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는 의혹은 이들의 도덕적 순결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폭력을 재현하는 영화의 윤리에 대한 것이다. 그 어떤 관객도 이 영화 속 악마같은 소년처럼 갱단이 되고 싶지 않을 것임은 명백하지만, 고도로 탐식적인 이 영화의 시각적 쾌락이 관객에게 어떤 은밀한 쾌감을 가져다주는 사태는 어찌할 것인가. 영화도, 현실도, 만만한 것은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화두를 버리지 않는 의지만이 희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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