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교양 듣는 여자야!
나, 교양 듣는 여자야!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8.03.02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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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과목 늘어나 … 지식축적외면 목적달성만 긍긍

 

 

꽃피는 춘삼월이 왔다. 더불어 상큼한 신입생들의 입학으로 캠퍼스는 한층 따뜻함이 감돈다. 인터넷 자유게시판도 신입생들의 끊임없는 질문에 선배들은 댓글 달아주기가 바쁘다. 앙탈에 가까운 질문의 종류는 비슷하다. ‘이 과목 어때요?’라는 대학생으로서 첫 수업에 대한 설렘이 담긴 질문. 그 중에서도 교양과목에 대한 질문들이 눈에 띈다. 과목명만 봐서는 영 어떤 수업인지 파악이 안 된다는 신입생들의 이유 있는 앙탈이다.

 

교양과목은 과목명으로 낚시질(?)당하기에 딱 좋다. 그만큼 과목수도 많고 다양한 분야들을 섭렵하고 있어 특히 신입생들은 단번에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교양과목은 전공과목에 지친 학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어 마음을 들뜨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학생활 3년차에 접어든 헌내기 선배는 의문이 든다. 우리는 정말 즐거운 교양 덕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있는가? 또는 우리는 정말 교양과목으로 인해 교양을 쌓고 있는 것일까?


교양과목 변천사 ‘삶의 방정식부터 주말 여가활동까지’

“요즘 집으로 온 조카의 수강편람을 보니 교양과목들이 정말 톡톡 튀는 것 같아요”라며 달라진 교양과목에 이숙영(36)씨는 새삼 나이 든 자신을 돌아봤단다. 이어 “교양과목으로 ‘삶의 지표찾기’, ‘돌아보는 우리역사’를 듣고 당시에는 이론에 치우친 수업에 싫증을 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은 이번 1학기에 새로운 일반교양과목이 많이 개설되었다. 특히 생활체육전공 관련 교양 과목인 레크리에이션 활동, 등산, 볼링 등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남윤신(생활체육) 교수는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주말 시간을 잘 보내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 되었다. 졸업 후 새로 배우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모되는 레저스포츠를 교양 수업으로 개설해 학생들에게 폭넓게 제공하고자 했다”며 과목 개설 배경에 대해 말했다.

 

이처럼 실용적인 교양과목들이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숙명여대는 E-커머스창업, 금융과 재테크 수업을 개설하였는데 각각 정원이 모두 찼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도 역시 개설하였다. 한편 동국대는 전문 분야의 선배들과 후배 재학생을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멘토링프로그램(1학점)을 과목으로 개설해 현직에 있는 동문 선배들로부터 취업 정보를 얻도록 하고 있다.


실용은 있는데 지식축적은 안드로메다로

그러나 실용을 앞세운 교양과목을 우려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 S여대에 재학중인 김모씨는 “‘사랑학개론’이라는 교양과목이 있다. 실제 연인과 데이트 할 때의 스킨십, 결혼과 연애에 대해 다루는 수업이었는데 과연 이러한 강의가 대학 강단에서 행해져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실망스러운 듯 말했다. 이어 “아무리 ‘실용’이 대세라지만 백화점 문화센터의 교양강좌 수준”이라는 말로 혹평했다. 현 교양과목 풍토에 대해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요즘 대학 교양과목이 ‘실용’을 강조하는 것에 반해 대학생으로서 쌓아야 할 진정한 ‘교양’지식 수업은 침체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로 우리대학의 2008학년도 1학기 교양수업의 수강신청 현황을 살펴보면 인기 및 비인기 과목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확연한 것을 알 수 있다. ‘컴퓨터 기초’, ‘컴퓨터와 인터넷’같은 실용성이 높은 수업은 분반이 많을뿐더러 정원도 이미 꽉 찼다. 또한 진로탐색 및 취업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취업전략’의 경우 230명 정원에 229명의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한 상태이다. 반면에 ‘대학수학의 기초’, ‘여성과 법률’은 각각 60명 정원에 5명만이 신청하여 폐강 위기에 놓였다.

 

문제의 근원을 찾자면 지겨운 ‘청년실업’얘기를 또 꺼내어 대학이 학문의 장이 되기보다는 취업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식상한 답이 나온다. 물론 취업관련 특강등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현재 대학가의 교양수업이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벼움이 곧 즐거움은 아니며 머리를 쓰지 않는다고 심신이 안정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요령을 터득하는 강의를 우리는 과연 교양이라고 봐야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인 것이다.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이제 막 들어온 08학번 신입생들의 설렘을 빼면 대다수 학생들은 또 시작된 학점의 굴레에 한숨이 나올지도 모른다. 해가 바뀌어도 자신의 일상은 오로지 ‘고득점 달성’을 따를 뿐이니 새학기의 즐거움은 찾기 힘들다.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가치는 잠시 접어둔 채 무작정 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굴레를 벗어날 방법은 단 하나다. 이번 수강정정기간에 나의 지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진정한 교양 수업하나를 선택하는 것. 메말랐던 또는 메마를지도 모르는 일상의 가치를 높여줄 일용할 양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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