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인’의 가슴에는 무엇이 담겨있습니까?
‘덕성인’의 가슴에는 무엇이 담겨있습니까?
  • 최준영(도서평론가)
  • 승인 2008.03.0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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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경제학자 우석훈은 대한민국의 20대들이 처한 척박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88만원 세대>(레디앙, 2007년)라는 새로운 세대명을 부여합니다. 지금의 20대는 상위 5% 정도만이 한전과 삼성전자, 5급사무관과 같은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이미 8백만을 넘어선 비정규직의 삶을 살면서 평생 88만원에서 119만원 사이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저자는 이어 묻고 있습니다. 탈출구가 없는 현실 앞에서 오늘의 20대는 과연 ‘조승희’처럼 권총을 들 것인지, 앞 세대인 ‘386’이 그랬던 것처럼 바리케이드와 짱돌을 들 것인지….

 

 

2008년 3월, 덕성인의 가슴과 손 안에는 무엇이 담겨있습니까? 권총이나 짱돌은 아니겠지만 혹여 막막한 불안감과 헛된 기대, 심지어 신데렐라콤플렉스 따위를 담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물론 일부는 ‘토익’ 혹은 ‘공무원수험서’에 얼굴을 묻은 채 현실의 암담함을 애써 잊으려 발버둥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토플과 수험서가 진정한 위안일 리는 만무합니다. 더 이상 덕성인의 미래를 현실의 볼모로 잡아두어서는 안 됩니다. 찾으려고만 한다면 우리 주변에는 버거운 현실의 벽을 넘어설 용기와 힘을 주는 진정한 위로와 대안이 많습니다. 책 속에 말입니다.

 

 

우리 시대의 대표 지식인 신영복 선생님의 <처음처럼>(랜덤하우스코리아, 2007)에는 선생님의

대쪽 같으면서도 온화한 마음이 뚝뚝 묻어나는 주옥같은 사색들이 담겨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글은 역시 ‘위로’입니다. “진정한 위로는 우산을 건네는 게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때로 젊은 시절 접한 문장 하나가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문득 안도현 시인의 절창 <너에게 묻는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결국 진정한 위로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면서 얻어지는 것이라는, 평범하면서도 귀중한 메시지가 담긴 글귀들입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고틀립은 <샘에게 보내는 편지>(문학동네, 2007)를 통해 신영복의 사색에 추임새를 넣습니다. “내가 어두운 터널에 있을 때,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터널 밖에서 어서 나오라고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기꺼이 내 곁에 다가와 나와 함께 어둠 속에 앉아 있어줄 사람. 우리 모두에겐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현실은 그리 갑갑하기만 한 게 아닙니다. 혼자 사는 삶이라면 한없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지만, 마음을 열고 친구들과 이웃, 국적과 인종을 넘어서는 커다란 인류애를 실천하는 사람에게 오늘의 현실은 단지 해야 할 일이 널려있는 드넓은 기회의 바다일 테니 말입니다. “실수를 두려워하기보다 실수를 통해 단련해 나간다.”는 당당함을 제안하는 한비야씨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 2005)는, 그런 의미에서 자기가 쳐놓은 울타리에 스스로 갇혀 답답해하는 이즈음의 젊은이들에게 매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넓게 볼 일입니다. 가슴을 활짝 열어 재낄 일입니다. 움츠러든 마음을 넉넉한 여유로 돌려놓을 책들이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봄입니다.

 


최준영 도서평론가는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시나리오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각종 매체에 도서평을 연재(교보문고, 예스24, 아름다운재단, G-이코노미21 등)하고, 라디오를 통해 ‘책읽기를 권하는 코너’(SBS라디오, 교통방송, 경기방송)를 진행하고 있다. 4년 전부터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성프란시스대학, 관악인문대학)에 참여하여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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