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머물다]가사가 없어서 더 아름다운 음악
[걷다머물다]가사가 없어서 더 아름다운 음악
  • 류애리(일문 2)
  • 승인 2008.03.03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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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선율에 내 마음과 정신을 집중시키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는 없다. 이렇듯 자연스럽게 이끌려 내 존재조차 잊게 만드는 게 바로 음악의 매력이 아닐까? 특히 가사가 없는 경음악일수록 말이다.

사람들은 가사가 없다는 이유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는지 조차 눈치 채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나는 소리 소문 없이 묻어나오는 음악이야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강하게 이끈다고 생각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도 모른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가사 없이 잔잔하게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화면에 더 깊이 빨려들도록 이끌어 주는가 하면, 때로는 극의 상황이 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런 경음악의 매력에 빠지게 해준 시발점은 바로 드라마 궁의 OST로 쓰인 ‘얼음연못’이란 곡이었다. 어딘지 슬픈 듯 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이 감칠맛 나게 즐거웠다. 음악을 듣고 나서는 4분 19초가 그렇게 짧은 시간인 줄 미처 몰랐다. 듣고 또 들을수록 싫증이 나기는커녕 나를 더 잡아 당겼다. 가사가 없어도 연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하고 아스라하게 들려와, 함께 소통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곡이 좋아졌고, 이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좋아졌다.

 

 

알고 보니 이렇게 매력적인 음악을 만든 이들은 바로 ‘두번째달’ 이라는 에스닉 퓨전밴드였다. 여기서 ‘에스닉’이란 민족적이고 토속적인 양식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만약에 태초에 달이 두개였다면?’ 이라는 깜찍한 발상에서 지어진 ‘두벌째달’이라는 밴드이름처럼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가진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세계 민속 음악을 친숙하게 들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이들은 이름도 생소한 아일랜드의 전통악기인 ‘아이리스 휘슬’부터 시작해 인도의 전통악기인 ‘시타르’, 심지어 멜로디언, 실로폰 등을 사용해 색다른 경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고전적이고 민속적인 ‘에스닉’의 느낌 덕분에 이들 음악에는 고풍적인 우아함의 색채까지 덧붙여져 한층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얼음연못’에서는 에스닉 특유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나에게 있어서 ‘두번째달’의 얼음연못은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닌 마음으로 듣는 음악으로서, 독특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얼어붙은 마음까지도 녹일 수 있는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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