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머물다] 청춘, 그 위대함에 관하여
[걷다 머물다] 청춘, 그 위대함에 관하여
  • 김지혜(심리 4)
  • 승인 2008.03.15 2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난히 감상에 젖어드는 날이 있다. 추적추적하게 비까지 오는 날이면 더욱 그러하다. 그럴 땐 기분 전환을 위해 어디론가 나가기보다 내 집 의자에 반쯤 길게 몸을 뉘어 궁상을 떤다. 이럴 때일수록 그러한 기분을 즐겨주어야 하는 것이다. 비가 오는 새벽녘,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벗 삼아 Chet Baker의 ‘My Funny Valentine’을 틀어놓고 나는 지그시 눈을 감는다.


장식이라곤 전혀 없는 단순함과 듣는 사람의 기운을 모두 빼앗아 가는 듯한 나른함 그리고 청춘의 아픔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은 애절함은 마치 순수한 남자의 진실 어린 고백처럼 들려온다. 이 곡을 처음 접하게 된 건 고등학교 때 영화 <리플리> 속에서였는데, 재즈란 음악에 처음 눈을 뜨게 해준 곡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왜 하필 이 노래를 부르는지, 영화의 내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나에게 중요치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절제되어 숨죽이고 듣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부서질 듯 연약한 감수성을 자극시켰다.


내가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서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나의 가장 솔직한 마음을 맘껏 이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시간,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드러내지 못했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정리하게 도와준다.


어느 소설가는 Chet Baker를 가리켜 ‘그의 음악에서는 청춘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렇다면 ‘My Funny Valentine’에 깃든 그만의 청춘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다른 색깔로 선율을 담아냈다고 한다. 어떤 날은 붉은 빛으로 어떤 날은 깊어지는 푸른빛으로, 그의 순간의 감정과 고민을 진심으로 담아냈던 것이리라 생각된다.


연륜이 없어 조금은 부족하고 설익은 느낌이지만 파릇파릇하고 탐스럽게 빛나 맘껏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는 시간 ‘청춘’. 한없이 깊어지는 감정과 사념들로 밤새 울어도 보고 술에 취에 보기도 하고 남모를 고민에 빠져보기도 하고 감상에 젖어보기도 하는 ‘청춘’. 누군가는 그때의 시간을 언젠가는 덧없이 보기도 하고 시간낭비였다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청춘이라면 한번 쯤 해보아야 할 성장의 통과의례이다. 성숙한 자신이 되었을 때만 그 청춘의 방황에 비로소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청춘의 끝자락, 대학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나에게 Chet Baker의 ‘My Funny Valentine’은 더욱 의미 있고 소중하다. 내 청춘의 마지막 고함이자 아름다운 멘토가 되어준 ‘My Funny Valentine’을 나는 사랑한다. 무언가를 끝없이 갈망하는 나의 고독한 영혼의 소리였고, 연약한 나를 꼭 안아 주고 포근하게 감싸준 나만의 연주였으며, 깊고 넓은 푸름이었다.


새학기를 시작하는 모든 덕성인에게 내 청춘의 페르소나 ‘My Funny Valentine’을 소개하며 대학생이라는 청춘의 시간 한번쯤 자신만의 느낌을 담은 음악에 빠져들어 깊은 생각에 잠드는 것도 결코 헛되지 않은 시간이라 말하고 싶다. 파릇파릇하고 꿈 많은 신입생에겐 새로운 설렘으로, 부풀어가는 꿈을 안고 도전하는 2학년에겐 힘이 되어주는 소울메이트로, 점점 멀어지는 꿈과 현실에 대한 괴리감에 배신당한 3학년에겐 따스한 위로로, 취업이라는 좁은 문 앞에 긴장되어 있는 4학년에겐 타오르는 열정으로 ‘My Funny Valentine’을 들어보면 어떨까? ‘청춘’, 짧지만 모두가 탐하는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그 순간을 한없이 즐기자! 다시 돌아오지 않을 봄날의 젊은이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