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신조어 천국 속 늘어나는 까막눈
[문화기획] 신조어 천국 속 늘어나는 까막눈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8.03.15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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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림’없는 신조어가 필요해

 

킹왕짱, 우왕굳 같이 한글파일에서 빨간 밑줄이 죽죽 그어지는 단어가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못미, 여병추 같은 줄임말을 기본으로 한 또 다른 신조어가 하루가 멀다고 나온다. 어느 정도 의미가 파악되는 단어도 있지만 대부분의 단어는 어떤 문장을 줄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단축 되어있다. 이런 현상은 곧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는 세대까지도 ‘까막눈’으로 만들기 십상이다.

 

<사례1>
서울에 사는 50세 김씨는 얼마 전 회사에서 생일 축하카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우리 부장님 킹왕짱입니다’의 ‘킹왕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멈칫했기 때문이다. 분명 최고라는 의미는 알겠는데 처음 읽을 때는 무척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나름 20대 못지않게 인터넷 검색에는 능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넷 세대가 사용하는 언어에는 무감각했다”며 머쓱해했다.


“새로운 사회현상이나 기술이 나타났을 때 그것을 뜻하는 명칭을 신조어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문화를 중심으로 그 문화를 향유하는 계층만이 소통 가능한 새로운 단어를 뜻하게 되었죠. 신조어를 특정한 사회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자연스러운 언어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박수호(사회학) 강사의 말이다.


신조어의 1차적인 문제는 신조어가 ‘나이’를 가린다는 것에 있다. 올해 초 온라인 취업사이트인 사람인에서 직장인 8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화 중 신조어, 약어를 못 알아들은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설문에 73.5%가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는 신조어가 대학생 및 20대 초·중반을 중심으로 생겨나며, 그들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20대는 신조어의 사용에 능숙할까?

 

<사례2>
서경대에 다니는 채 씨는 인터넷 메신저를 사용해 친구들과 쪽지를 보내던 중 ‘솔까말’이라는 단어를 보고 바로 새로운 인터넷 창을 띄워 검색했다. 친구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다들 쓰는 말인데 나만 모르면 괜히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픈사전에 나와 있는 ‘솔직히 까놓고 말해’라는 뜻을 보고서야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런 사례를 보면 ‘20대는 모든 신조어의 사용에 능숙한 것인갗라는 말 역시 반쯤은 거짓이다. 굳이 채 씨의 예를 들지 않아도 ‘솔까말’이나 ‘정줄놓’같은 약어는 20대도 한번 쯤 인터넷 검색을 해보게 만든다. 강승희(회계 2)학우는 “처음에는 하나, 둘 생기는 신조어를 보고 몇 번 사용하곤 했는데 너무 무분별하게 생기다보니 오히려 거부감이 생겼다”며 “관심이 있던 게시글이라도 신조어로 점철되어있는 것을 보면 그냥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조어가 가리는 것이 나이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신조어의 탄생 경로는 대부분 특정 사이트를 기반으로 한다.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현재 유행하는 신조어 중 ‘약어’ 대부분의 탄생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설리’(글쓴이를 설레게 하는 리플)같은 단어는 게시물과 댓글을 중심으로 한 게시판운영체제인 ‘디시인사이드’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신조어이다. 이런 단어의 경우, 인터넷을 ‘검색창’으로만 사용하는 20대는 알 수가 없다. 이렇듯 ‘가림’에는 ‘인터넷 사용정도 및 경향에 따른 분류’도 포함되는 것이다.


신조어는 방송의 힘까지 업으며 언어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것은 어느덧 이 언어를 사용하는 계층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말글살이 전반에 관련된 문제가 되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신조어는 우리말이지만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특수어가 될 수도 있다. 새로 생겨나는 말의 의미를 넘어 특정계층, 특정사람만을 위한 언어가 되는 것이다.


물론 신조어가 반짝 나타났다 사라질 수 있으며 그런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도 많다. 한 예로 인터넷의 첫 부흥기에 쓰이던 ‘어솨요, 안냐세엽, 넘 조아라’등의 단어가 인터넷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이며, 여기서 발전해 나온 각종 외계어 역시 이제는 그들을 제지하던 ‘외계어방지’ 사이트가 사라질 정도로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시간의 흐름 때문만이 아니라 인터넷언어를 사용하던 계층 스스로 언어순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다은교수는 “신조어를 생성하고 사용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조어를 사용하는 계층이 주체성을 가지고 신조어의 사용수위 및 의미를 조절하는 역할을 가져야 한다”며 현 신조어사용 주체자의 위치를 확인시켰다.
‘동아리’나 ‘새내기’같은 단어도 지금은 자연스럽게 쓰이지만 처음에는 신조어였다. 특정 계층이 쓰던 단어에서 모든 계층을 막론하고 통용할 수 있게 되자 당당히 국어사전에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제는 특정한 계층만을 위한 ‘가림’많은 신조어가 아닌 ‘가림’없는 당당한 신조어가 생겨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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