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그늘] 신학기계획 얼마나 실천하고 계십니까?
[나무그늘] 신학기계획 얼마나 실천하고 계십니까?
  • 최준영 (도서평론가)
  • 승인 2008.03.15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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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 내 삶은 소중하니까!’ 누구나 한번쯤 읊조려 봤을 법한 일종의 자기암시입니다. 좌절감을 맛보았을 때나 심혈을 기울여 세운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을 때, 이런 다짐을 되뇌게 됩니다. 그러나 일상 속의 ‘나’는 어떻습니까. 이것저것 잔뜩 일을 벌여놓고 제대로 실행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섭니다. “만족은 욕망의 불행이며 욕망은 만족을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욕망한다.”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이유입니다. 요는 욕망입니다. 플라톤은 욕망이야말로 맹목에 가까운 인간의 본성이지만 인간의 영혼에는 그 욕망을 제어할 메커니즘이 엄존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합니다.


지난 호에서 ‘덕성인의 가슴에는 무엇이 담겼는지’를 물었습니다. 다소 생뚱맞은 질문에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그러나 어쩐답니까. 이번 학기 내내 그런 질문들을 던져야 할 테니 말입니다. 오늘은 “덕성인 여러분, 연초 혹은 학기 초에 세운 계획들을 얼마나 실천하고 계십니까?”를 묻고 싶습니다. 역시 얄궂습니다. 

한번쯤 눈여겨 볼 사람이 있습니다. 32권, 3만3천 여 쪽에 달하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완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A.J. 제이콥스(Jacobs)’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한 때 자신도 똑똑했다고 자부하지만 졸업 후 대중잡지 기자가 된 뒤 머릿속이 온통 시시껄렁한 연예계 뒷얘기로 가득 차게 되었다며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브리태니커에 도전했다고 합니다. 발상이 흥미롭고 기발하기도 하지만 정작 눈여겨 볼 것은 그의 뚝심과 절제입니다. 계획을 실천한 뒤 내놓은 책이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김영사, 2007)입니다.


특히 이것저것 일을 벌이기만 할뿐 막상 실천하는 데는 젬병인 분들에게 권할 맞춤한 책이 있습니다. 매들린 L. 반 헤케의 <블라인드 스팟>(다산초당, 2007). 인간심리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인 ‘블라인드 스팟’이 인간의 사고방식에 치명적인 오류와 편견을 낳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맹점과 한계를 인식하게 됩니다. 요는 자기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판단, 거기서부터 새롭게 시작하자는 겁니다.


달린 코엔의 <성공한 느림보 워커홀릭>(산소리, 2007)은 바쁨(Busyness)에 취해 사는 워커홀릭들을 위한 위안입니다. 책은 열심히 일하거나 공부하고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허탈해 하는 이유가 ‘행동의 결과에만 관심을 가진 나머지 행동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심오한 즐거움을 놓쳐 버렸기 때문’이라고 일러줍니다. 결과에 복무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 빛과 의미를 발하는 과정.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맞고 싶었던 내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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