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의 여성]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TV속의 여성]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 옥선희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대표
  • 승인 2008.03.17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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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 조강지처 클럽
 

 

토, 일요일 밤 9시55분대에 방영되는 SBS-TV의 <조강지처클럽>은 드라마 제목은 물론이고 등장인물 명, 홈페이지 구성에서도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단순 명확하게 밝힌다. 

<조강지처클럽>이란 제목을 듣는 순간, 휴 윌슨의 1996년 작 코미디 <The First Wives Club>을 떠올렸는데, 바람피우는 남편을 둔 미국 상류층 여성들의 유쾌한 복수극인 이 영화의 국내 개봉 제목이 <조강지처클럽>이었다. ‘특별기획’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은 할리웃 영화의 기본 아이디어에 한국적 상황을 버무렸다.

드라마 홈페이지 또한 버림받았어도 ‘조강지처’라는 한 마디로 당당해질 수 있는 아내들의 복수극이라고 선전한다. 한심한, 이기적, 나화신, 모지란과 같은 노골적인 배역 이름도 인물 성격과 이후 행보를 짐작케 한다.

 

예측 가능한 단순 스토리에 과잉 친절까지 베풀고 있는 드라마가 45회를 넘어서고서도 주말 황금 시간대를 지키고 있는 것은 결혼과 외도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우리 현실 탓  아닐까. 마치 불륜 뺀 각본을 쓰지 못하는 작가들을 위해 한국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경쟁하듯 남의 여자와 남자를 넘보고 있으니까. 

흥미로운 것은 이중 잣대 적용을 당연시하는 상류층 인사들처럼 드라마 <조강지처클럽>도 불륜에 상반된 잣대를 들이댄다. 육체관계와 동거에 이른 한심한(한진희), 한원수(안내상)는 비난받아 마땅한 위인들이나, 안타까운 만남을 거듭하고 있는 나화신(오현경)과 구세주, 한복수(김혜선)와 길억(손현주)은 동정과 지지를 받아야할 순수한 관계라는 것.

정신적 사랑이 육체적 사랑보다 우월하고 아름답다고 미화하다 못해, 나화신에겐 젊고 잘 생기고 돈 많은 구세주를 붙여주어 아줌마 판타지에 불을 지핀다. 이런 구도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잣대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싫다는 남편에게 울며 매달리는 나화신보다 마음에도 없는 여자와 얽혀 억지로 살았다는 한원수의 절규가 더 솔직하고 당당하게 와 닿기 때문이다.

 

한복수와 나화신이 하루빨리 “내가 행복해야 가정도 자식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좋겠다. 그 행복에는 정신적인 것은 물론 육체적인 것도 포함됨을 인정하고. 불만족스런 성 관계를 이혼 사유로 내세우는 데 눈치를 보게 하고, 자식 양육을 이유로 여성의 이혼에 브레이크를 걸어왔던 우리 사회에 <조강지처클럽>의 여주인공들이 일조하지 말기를 바란다. 다른 여성에게서 더 큰 만족을 얻는 남편에 대한 최고의 복수는 나의 새로운 행복 찾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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