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로 나온 라디오 공개방송 쇼
무대로 나온 라디오 공개방송 쇼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8.03.18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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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피쉬] 뮤지컬 <온에어> 3/11~6/1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


라디오는 고등학교 시절 누구나 있을 법한 추억거리의 단골 소재다. 부드러운 DJ의 목소리와 마치 내 얘기 같은 노래가 흘러나올 때 우리는 얼마나 가슴 떨려했던가! 내 귀를 간지럽히던 라디오가 무대로 올라왔다. 바로 지난 11일 첫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온에어>다.
영화 <라디오 스타>, 뮤지컬 <라디오 스타> 그리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까지 라디오를 소재로 한 작품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시점이지만 라디오 부스 안에서 PD와 DJ의 로맨스라는 점은 신선하다.


콘서트와 각종 어워즈를 연출한 경력의 쇼 프로듀서인 김형중 연출가와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인 유현수 작가의 만남으로 탄생한 뮤지컬 <온에어>. 어느 쇼 못지않게 비쥬얼이 강렬하다. 장면마다 빵빵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신선한 로맨스라 생각한 스토리는 살짝 낚인 기분이 들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오늘 첫 방송인 ‘라디오 파라다이스’는 FD가 나와 분위기를 띄우고 음향체크를 한다. 시그널 음악을 확인하고 국장, PD, 작가, DJ의 매니저까지 모두 들떠 그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는 바로 립싱크 파문에 휩싸여 가요계를 떠났던 알렉스. ‘라디오 파라다이스’로 10년만의 컴백이다. 이렇게 등장인물이 다 모이면 이미 캐릭터 파악이 끝난다. 33살 노처녀인 김순정 PD(조민아 분)는 털털하고 낙천적이다. 작가 우아미(김효진 분)는 머리와 옷 스타일만큼 톡톡 튄다. 그리고 알렉스(송용진 분)는 훤칠하지만 까칠하다. 털털해 보이려 까만 뿔테를 써도 예쁘고 성격까지 낙천적인 노처녀와 훤칠한 외모에 까칠한척하지만 알고 나면 모성본능 자극하는 여린 연하남. 너무나 익숙하다. 많이 본 로맨틱 코미디의 지겨운 반복이다. 게다가 로맨스의 전개는 설득력이 부족해 관객은 공감하지 못한다. 더 아쉬움이 남는 것은 로맨스 외에 별다른 에피소드도 없다는 것이다. 연출가와 작가의 경력 때문에 방송국의 소소한 일상을 접할 줄 알았던 관객이라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는 말을 실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뮤지컬에서 쇼를 즐기고 있다는 기분은 200% 느낄 수 있다. 무대장치만 해도 관객의 눈은 황홀하다. 관객석까지 비추는 조명과 회전식 세트는 최고의 쇼 프로듀서 출신인 연출가의 능력이 한껏 발휘되었다. 또한 가수 겸 탤런트에서 패션 CEO로 성공한 ‘에바주니’의 김준희의 스타일리스트 참여도 공연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실제로 배우들은 정말 옷을 많이 갈아입는다. 특히 상큼한 매력의 우아미는 거의 매 등장마다 다양한 패션을 선보인다. 그러니 어찌 ‘쇼’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뮤지컬 <온에어>를 기대하는 관객들이 가장 설레는 것은 매 공연 등장하는 화려한 게스트다. 이미 첫 공연에는 요즘 한창 인기가도를 달리는 가수 ‘브라운아이즈걸스’가 게스트로 참여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극중 문자 사연은 실제 관객들로부터 문자참여로 이루어지고 중간 중간 기습적으로 일어나는 관객과 배우들의 ‘접촉’은 또 하나의 재미를 준다. 그리고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은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과 콘서트를 여는 ‘콘서트 데이’도 마련한다.

 
“뮤지컬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신선함을 어필 하겠다”던 연출가의 말은 공연에 잘 반영되었다. 관객들은 정말 라디오 공개방송에 온 듯 큰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커튼콜이 끝나고 공연장을 나올 때면 내가 뮤지컬을 본건지 라디오 공개방송에 다녀 온 건지 혼란스럽다. 그 혼란스러움에 줄거리를 되새겨본다면 분명 즐겁긴 했지만 어딘지 씁쓸함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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