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솜길] 극단 ‘현장’ 대표 어연선(국문 86) 동문과의 만남
[다솜길] 극단 ‘현장’ 대표 어연선(국문 86) 동문과의 만남
  • 장사랑 기자
  • 승인 2008.03.29 1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험을 통해 깨달아라

장사랑(이하 장): 어떻게 연출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연선(이하 어): 처음에는 연출보다는 배우나 작가의 길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국문과에 들어왔어요. 대학에 다니면서 국문과 마당극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전체 국문과 학생들이 힘을 합쳐서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하고 극본도 썼어요. 80년대 군사정권의 상황 아래서 사회풍자적인 마당극을 하다 보니, 작품이 검열을 당할까봐 공연 전에 다 외운 대본을 찢어버리는 일도 있었지요.

 1학년 때 처음 공연한 작품이 농산물 가격 폭락 때문에 자살한 어느 영농후계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는데, 대학 내 우수 마당극으로 선정되서 재공연, 초대공연도 하게 되었고 향후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그 후로 아무래도 나는 연극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극단 오디션을 봤고, 배우로서 연극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작가와 연출을 병행하며 극단 ‘현장’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 연출가로 활동하고 계신 지금, 연출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내린다면?
어: ‘연극은 연기자의 예술이다’라는 말이 있죠. 그만큼 연극은 배우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해요. 연출가는 그런 배우와 관객을 연결하는 설계도를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또 극본을 어떤 식으로 해석해서 어떤 방식으로 공연할 것인가에 대한 구상을 현실로 옮기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장: 연출을 하면서 가장 성취감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어: 배우, 관객, 희곡이라는 연극의 3요소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이 관객이에요. 연극을 하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도 관객과의 소통이고요. 그래서 관객들이 감동받고 박수쳐줄 때 정말 성취감을 느껴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 ‘7조각 테트리스’라는 작품을 공연할 때 홈에버 투쟁자분들이 오셨었어요. 그때 그분들이 눈물을 닦느라 박스휴지를 돌려가며 공연을 보시는데, 마음이 정말 찡했어요.

장: 연출을 하면서 힘든 점은 어떤 점이 있나요?
어: 연극을 할 때, 작품의 극본과 배우가 준비되어 있다 하더라도 연출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작품이 진행될 수 없어요. 하지만 생각한 바를 현실로 고스란히 옮겨오기란 늘 어렵죠. 연극을 위해서는 연출의 추진력 역시 중요한데,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나 의도를 무대 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지가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작품의 진행이 함께 멈춰버려서 힘들어요.

장: 앞으로의 작품 계획에 대해 말해주세요.
어: 현재 극단 ‘현장’에서 동두천 미군기지에 주둔해 있는 주한미군에 대해 주민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다룬 연극을 기획하고 있어요. 이 기획도 그렇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7조각 테트리스’에서 다뤘던 것처럼 노동자 문제, 늘어나는 이주여성 문제, 사회 내의 소수자 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7조각 테트리스’는 슬픈 느낌이 강했었죠. 그래서 이후에는 정리해고자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다룬 뮤지컬 ‘풀 몬티’처럼 큰 웃음 속에 깊은 슬픔을 가진 코미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장: 공연?예술 분야 진출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 우리나라가 선진국화되면서 문화?예술 분야의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국가의 정책적 지원도 점점 커지고 있어요. 지금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인력 예산지원 정책이나 청년인턴제와 같은 정책이 시행되고 있고요. 또 연극은 타 장르와도 매우 연계성이 높은 분야라 전망이 밝죠. 저도 정기적으로 중학교의 연극반이나 장애우의 연극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연극교육 분야도 후배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직업 분야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후배들에게 한 가지 충고를 한다면, 직업생활에 있어서 학력보다 중요한 건 실무적 경험이라는 거에요. 저 역시 배우로서 연극을 시작해서 연출가가 됐는데 지금도 배우면서 일하고 있어요. 무작정 배우기보다는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는 게 중요해요. 지식은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후에 쌓아도 늦지 않으니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